■ 미등록 이주아동 최대 3만 추정

 

미성년자만 임시 체류자격 부여

졸업하면 구직못해 일용직 전전

 

이주청년 경제 활동·정착 위해

포용·통합적 이민정책 바뀌어야

“한국에서 25년을 살았는데, 갑자기 ‘너 사실 한국 국적 아니야. 너네 나라로 돌아가야 해’ 하는 거죠. 아니면 언제 잡힐지 모르는 일용직만 하고 살아야 하고요.”

몽골에서 태어난 미등록 이주 청년 29세 A 씨는 네 살 때부터 한국에서 살아왔다. 대학에 진학할 때까진 합법적인 체류비자를 발급받아 생활할 수 있었지만, 졸업한 뒤엔 발급받은 구직비자가 연장되지 않아 한순간에 미등록 불법 체류자 신세가 됐다. A 씨는 대학에서 호텔경영학을 전공했으나 외국인 신분이 돼 버린 그가 비자를 발급받을 수 있는 일을 찾긴 어려웠다. 결국 구직에 실패한 A 씨는 현재 일용직 노동에 종사하고 있다.

최근 국제 이주가 급속히 늘면서 미등록 이주민도 따라 증가하는 가운데, 미등록이주아동들이 ‘불법’이란 신분상의 문제로 성인기 이후 진로 계획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등록이주아동이란 부모가 외국 국적을 가졌거나 불법 체류 상태에서 태어나 한국 국적을 얻지 못한 아동을 일컫는 말이다. 이들에 대한 정확한 현황은 집계되지 않고 있지만, 미등록아동지원센터는 이들이 8000명에서 최대 3만여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11일 한양대 글로벌다문화연구원 이창호 연구교수와 울트사이크 비진쿠 교수가 지난달 발표한 ‘허가받지 못한 미래: 미등록이주아동의 성인기 전환과 이후의 삶’에 따르면 연구진이 지난 2023년 6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13명의 미등록이주아동 및 그 보호자들을 심층 추적한 결과, 상당수는 성인기가 된 후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면서 꿈을 포기하거나 단순 노동이나 알바 등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논문에 따르면 2017년 한국에 어머니와 입국해 거주하고 있는 18세 B 군은 자신이 미등록 신분이라서 국내 대학 입학이 어렵다는 것을 깨닫고 대학 진학을 일찌감치 포기, 일용직과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어머니와 동생을 부양하고 있다.

인천에 거주하는 18세 C 군은 중학생 시절부터 럭비에 재능이 있어 럭비특화고등학교에 진학한 후 체육특기자 전형으로 대학에 입학할 계획을 세웠으나 부모의 난민비자 신청 연장이 거절되면서 미등록 신분 상태가 되어 주소 이전이 불가능, 결국 고등학교 입학을 포기해야 하기도 했다.

법무부는 지난달 31일까지였던 미등록이주아동에게 임시 체류자격을 부여하는 제도를 3년 뒤인 2028년까지 더 시행하기로 지난 1일 결정했다. 하지만 여전히 고등학생까지인 미성년자에 한하며 상설화되지 않았다. 이러한 체류 자격 확대 정책이 자칫 불법체류를 증가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한국에서 오랫동안 교육받고 성장한 이주민을 성인기 이후 ‘불법’의 영역에 두는 것은, 잠재력 있는 노동인구를 단절시키고 이들을 경제적 하위 계층으로 전락하게 한다”며 “저출생 심화, 생산연령 인구 감소, 지역소멸 위기 등 국가가 놓인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보다 포용적이고 통합적인 이민 정책을 형성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조율 기자
조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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