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4·3의 역사와 6·25전쟁 후 전국적인 산림녹화 과정을 기록한 자료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됐다. 국가유산청은 유네스코 집행이사회가 10일(현지시간) 오후 11시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회의에서 ‘제주 4·3 기록물’과 ‘산림녹화 기록물’을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두 기록물은 한국 현대사의 중요한 부분을 담아낸 사료로 평가받는다. 제주 4·3 기록물은 1947년부터 1954년까지 제주에서 벌어진 민간인 학살에 대한 피해자 증언과 진상 규명, 화해 과정을 아우른다. 총 1만4673건에 달한다. 군법회의 수형인 명부와 옥중 엽서(27건·사진), 희생자와 유족의 증언(1만4601건), 시민사회의 진상규명 운동 기록(42건), 정부의 진상 조사 보고서(3건) 등이 포함됐다. 등재에 앞서 기록물을 평가한 국제자문위원회(IAC) 측은 “국가 폭력에 맞서 진실을 밝히고, 사회적 화해를 이뤄내며 희생자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을 조명한다”고 판단했다. 또한 “화해와 상생을 향한 지역사회의 민주주의 실천이 이룬 성과”라고 평가했다. 제주도는 이번 등재로 ‘유네스코 5관왕’이라는 기록도 달성하게 됐다. 제주도는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2002년), 세계자연유산(2007년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 세계지질공원(2010년), 인류무형문화유산(2009년 ‘제주칠머리당영등굿’)에 등재·인증받았다.

산림녹화 기록물은 6·25전쟁으로 황폐해진 국토를 정부와 국민이 힘을 모아 성공적으로 재건했던 경험을 정리한 것이다. 산림 복구를 위해 작성한 각종 공문서, 사진, 우표 등 9600여 건이 포함됐다. ‘산림계’를 꾸리면서 만든 규칙, ‘삼천만의 희망을 산에 심자’는 포스터, 1973∼1977년 포항 영일만 복구 사진 등이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세계 각지의 개발도상국이 참고할 수 있는 모범 사례이자 기후변화 대응, 사막화 방지 등에서도 본보기가 되는 자료”라고 설명했다.

두 건이 추가 등재되며 한국의 세계기록유산은 20건으로 늘어났다. 한국은 1997년 훈민정음(해례본)과 조선왕조실록을 처음 등재시킨 이후 승정원일기, 직지심체요절, 조선왕조 의궤 등을 목록에 올렸다.

장상민 기자
장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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