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열(왼쪽) 외교부 장관이 10일 아스아드 알샤이바니 시리아 외교장관과 ‘대한민국과 시리아 간 외교관계 수립에 관한 공동성명’에 서명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알샤이바니 장관이 직접 운전하는 차를 타고 함께 대통령궁으로 이동하는 조 장관. 외교부 제공
조태열(왼쪽) 외교부 장관이 10일 아스아드 알샤이바니 시리아 외교장관과 ‘대한민국과 시리아 간 외교관계 수립에 관한 공동성명’에 서명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알샤이바니 장관이 직접 운전하는 차를 타고 함께 대통령궁으로 이동하는 조 장관. 외교부 제공

■ 韓 194번째 수교 ‘막전막후’

 

조태열 외교, 극비리 직접 방문

평소 경호인력의 3배 지원 받고

서명·대통령 예방 뒤 빠져 나와

 

재건 시장 규모 최대 580조 원

전격 수교로 韓 기업 진출 도움

한국 외교의 마지막 퍼즐 ‘시리아 수교’를 맞추기 위한 조태열 외교부 장관의 시리아 방문은 현지 안보·치안 공백 여파로 극비리에 긴박하게 이뤄졌다. 시리아는 다른 외교사절에 비해 3배가량 많은 경호 인력을 지원할 만큼 한국과의 수교에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정부는 시리아의 재건 시장 규모가 최대 4000억 달러(약 58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며, 이번 수교가 우리 기업들과 시리아를 잇는 교두보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조 장관은 10일(현지시간) 시리아 다마스쿠스에서 아스아드 알샤이바니 시리아 외교장관과 ‘대한민국과 시리아 간 외교관계 수립에 관한 공동성명’에 서명했다. 이로써 한국은 총 194개국, 유엔 회원국으로는 북한을 제외한 191개국 모두와 수교하게 됐다.

조 장관은 이를 위해 시리아 과도정부의 각별한 경호를 받으며 시리아에 입성했다. 시리아의 외교적 중요성을 고려해 조 장관이 직접 현지를 방문했다. 시리아는 과도정부가 들어섰음에도 이스라엘의 폭격, 전임 독재정권 잔당의 소요 사태 가능성 등으로 여전히 치안이 불안했다. 조 장관이 수교협정 서명과 대통령 예방만 마친 뒤 하룻밤도 묵지 않은 채 서둘러 시리아를 빠져나온 것도 험난한 현지 상황을 고려한 조치였다. 외교부는 조 장관의 신변을 우려해 조 장관이 시리아를 완전히 빠져나오기까지 기자단에 엠바고(보도 유예) 및 보안을 유지해 줄 것을 요청했다.

시리아는 조 장관에게 대규모 경호 인력을 지원하는 등 극진히 대우했다. 특히 알샤이바니 외교장관은 아흐메드 알샤라아 대통령을 예방하는 조 장관을 직접 차로 운전해 데려다주기도 했다. 조 장관은 알샤라아 대통령에게 “시리아가 포용적 정치 프로세스 지속, 극단주의에 대한 단호한 대응 및 화학무기 제거 등 국제사회의 요구에 부응해 나간다면 시리아 재건 및 지속적 경제 발전을 위한 우호적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정부는 시리아 재건 시장 규모가 약 2500억∼40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수교를 통해 향후 시리아 재건 시장에 우리 기업이 활발히 진출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시리아 내전 발생 이전인 2010∼2011년 기준, 한국산 차량은 시리아 시장에서 약 80%의 점유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또 이번 수교는 최근 국제사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대(對)시리아 제재 해제’ 분위기에 대한 우리 정부의 지지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시리아는 전임 알아사드 정부의 민간인 살해와 인권침해 문제로 미국, 유럽연합(EU), 유엔 등으로부터 고강도 제재를 받고 있다.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중동센터장은 “이번 수교를 계기로 시리아가 호소하는 제재 해제를 우리 정부도 지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권승현 기자
권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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