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상호관세를 발표하며 각국에 부과하는 관세율이 적힌 차트를 들어보이고 있다. AFP 연합뉴스
지난 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상호관세를 발표하며 각국에 부과하는 관세율이 적힌 차트를 들어보이고 있다. AFP 연합뉴스

전 세계를 상대로 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각종 관세 부과에 각국 정치판도 흔들리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발표에 물러서지 않고 정면 대응에 나선 정당 지도자들과 정당의 지지율 상승이 두드러진다. 반면 저자세를 보인 일부 국가의 집권당은 지지율 답보에 빠진 상태다.

10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이번 달 18일 총선을 앞둔 캐나다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을 상대로 강경 대응에 나선 집권당인 자유당의 지지율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캐나다 시장조사업체 레제(Leger)가 지난 4일부터 사흘간 성인 1631명을 대상으로 진행해 8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44%가 마크 카니 현 총리가 이끄는 자유당에 표를 주겠다고 밝혔다. 야당인 보수당의 지지율은 37%에 그쳤다. 지난 1월까지만 하더라도 20%대 초반에 머무르던 자유당 지지율이 석 달 만에 두 배로 늘어난 것이다. 이 같은 극적 변화는 카니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압박에 “미국과의 오랜 관계는 끝났다”고 말하는 등 강경하게 대응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오는 5월 총선을 치를 예정인 호주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6일 호주 일간 디오스트레일리안이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도 앤서니 앨버리지 총리의 노동당 지지율은 52%에 육박했다. 보수 야당인 자유당·국민당 연합의 지지율인 48%보다 오차범위 밖에서 높은 수치다. 앨버리지 총리 역시 미국의 관세에 관해 “친구의 행동이 아니었다”면서 미국산 대신 호주산 제품 구매를 호주 국민에 권장하는 등 강경 대응을 이끌었다. 또 미국을 상대로 ‘실용외교’ 노선을 펼쳐온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의 4월 지지율도 당선 당시 득표율인 59%보다 20%포인트 이상 오른 82%를 기록하고 있다.

반면 대미 무역 장벽을 선제적으로 없애는 등 ‘저자세’를 취했던 일부 지도자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총리가 미국에 관세부과 대상에서 제외해달라며 끈질기게 요청했음에도 관세를 피하지 못했다. 이에 이시바 내각의 지지율은 지난 7일 취임 이후 최저치인 30.6%까지 떨어졌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이스라엘 정부도 미국산 상품에 대한 모든 관세와 무역 장벽을 선제적으로 없앴지만 관세를 피하지 못했고, 지지율도 정체된 상태다.

박상훈 기자
박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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