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준모 연세대 교수·경제학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세계를 경악시킨 상호관세의 실행을 90일 유예했다. 협상보다 보복을 택한 중국은 예외다. 트럼프가 당선된 이후 세계는 트럼프의 정책이 일으킬 파장 대비에 나섰다. 트럼프 무역 전략의 핵심은 관세다. 관세는 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 등의 부작용에도, 재정 수입을 늘리고 국내 산업을 보호하는 데 일조한다. 역사적으로 미국의 관세는 정치 상황에 따라 엎치락뒤치락했다. 트럼프는 경쟁력을 상실한 미국을 관세를 이용해 생산적 국가로 변신시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트럼프가 전략적으로 사용하는 관세는 보편 관세와 품목별 관세, 그리고 상호관세 3가지다. 보편 관세는 특정 국가와 관계없이 동일한 세율을 적용하는 것이고, 상호관세는 특정 국가와의 무역 협정에 따라 세율을 달리해 부과하는 방식이다. 품목별 관세는 특정 품목의 국내 산업 보호 등 다양한 목적으로 품목에 대해 별도로 부과하는 것이다. 단순하게 미국 내 산업을 보호한다는 명목이라면 트럼프는 보편 관세와 품목별 관세를 활용해 대응할 것이고, 특정 국가와의 무역 적자 등이 이유라면 상호관세를 이용해 대응할 것이다.
트럼프가 구체적 전략을 꺼내기도 전에 가장 먼저 움직인 쪽은 정부가 아니라 기업인들이었다. 트럼프 취임 이후 미 국내외 기업들이 미국에 투자하겠다고 약속한 규모는 최소 1조9000억 달러에 이른다. 미국을 생산 국가로 만들겠다는 트럼프의 전략은 성공하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 그룹 회장은 향후 4년간 미국에 210억 달러 투자 계획을 밝혔다. 우리 기업인들은 글로벌 기업인들과 함께 트럼프 전략에 대응해 왔다.
미국은 이미 보편 관세 10%,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품목별 관세 25%를 확정한 상태에서 4월 2일 상호관세를 발표함으로써 세계를 놀라게 했다. 미국은 물론 세계 증시가 대폭락했다. 미국 내에서도 반발이 있었다. 특히 공화당 안에서도 관세 문제에 관해 대통령의 권한을 축소하려는 시도도 있었다.
트럼프의 전략에 가장 크게 반발하고 나선 중국은 보복 카드를 꺼냈다. 중국에 대해 미국은 불공정 무역과 일반적 무역적자, 그리고 특정 산업의 보호 문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중국이 크게 반발하면 할수록 트럼프는 중국에 집중하고 다른 나라와는 큰 타협도 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우리나라다. 대통령 탄핵으로 정치 리스크가 악화했다. 90일 협상 기간의 대부분을 최종 국정 책임자 없이 지내게 됐다. 대선 과정에서 정제되지 않은 주장이 쏟아질 것이다. 대중 관계의 입장 차도 문제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과 트럼프 대통령의 통화에서 언급된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도 대선 과정에선 논쟁거리가 될 것이다. 동맹 관계의 변화에 따라 조선업 협력과 주한미군 주둔비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제안할 수 있는 모든 카드가 대선 과정에서 흔들리지 않을지 걱정이다. 미국과의 협상이 순탄치는 않을 것이다. 더욱이 한 대행마저 대선에 뛰어든다면 사분오열 국정이 우려된다.
유예 기간에 협상을 통해 성과를 내기 위해 정치권이 정치 리스크를 줄여야 한다. 정부는 시장 개방 기조로 관세 협상에 임하고, 정치권도 정부를 믿어줘야 한다. 협상이 우리의 미래를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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