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교 편집국 부국장

 

롤러코스터 관세 초점은 중국

美 국가부채 36조 달러 달해

中 2038년에 미국 추월 가능

 

한미는 상호이해 속 협상해야

대선 화두 내란종식 아닌 경제

후보들 한국 나갈 길 제시 필요

2025년 4월 10일은 미·중 패권 경쟁의 개전일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프레드 버그스텐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장이 2005년 G2 개념으로 규정한 이후 견제와 균형, 협력과 대립 사이를 오갔던 미국과 중국은 돌아가기 어려운 강을 건너가고 있다. ‘슈퍼 파워 & 라이징 차이나’ ‘신형대국관계’ 등 뭐라고 부르든 거대한 두 열차가 관세 전쟁의 단선궤도 위에서 마주 달리고 있다. 정면충돌 위험도 불사하고 있다.

이날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만 콕 집어 125%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유럽연합과 일본, 한국 등 86개 국가에 부과했던 상호관세는 90일 유예 조치를 내렸다.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한국과 일본 같은 동맹국들과 먼저 무역협상을 하겠다”고 언급한 것은 사실상 관세 전쟁 협력을 요청하는 신호로 읽힌다. 미국발 글로벌 관세 전쟁의 본질은 중국 목줄 조이기다. ‘굴복하든가 맞서 보든가.’ 트럼프는 양단간 선택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요구하고 있다.

트럼프는 미치광이가 아니다. 관세 전쟁이 인플레이션 부메랑이 돼 경제에 치명상을 입힌다는 사실을 안다. 소비자들은 아마존에서 8달러에 샀던 중국산 휴대전화 충전 케이블을 구입하려면 16달러 이상 지불해야 한다. 의류·완구·신발부터 각종 원부자재 가격이 치솟는다. 증권업체 TD 시큐리티는 보편관세 10% 부과 시 물가가 0.6∼0.9%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다. 불법 이민자 추방 영향까지 더하면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1∼2%포인트 급락한다. 관세율이 올라갈수록 성장률은 떨어지고, 경제학자들의 악에 받친 고함도 커진다. ‘관세징수원’ ‘파괴자’ ‘변덕쟁이’ 별명을 가진 트럼프는 강약과 완급을 조절할지는 몰라도 뒷걸음질을 치지는 않을 것이다.

그는 냉정한 비즈니스맨이다. 글로벌 비호감 지도자 1위인 트럼프는 정치와 안보, 인권을 사업 영역의 하나쯤으로 여긴다. 이익을 내지 못하는 사회공헌 부서는 칼질 대상이다. 세계보건기구, 유엔인권이사회, 팔레스타인난민기구…. 취임하자마자 탈퇴한 국제기구가 한둘이 아니다. 미국 국제개발처(USAID) 정문엔 아예 대못을 박았다. 하루아침에 3000여 명이 쫓겨났다. 고결함의 토가를 두르고 명예의 회랑을 거닐던 미국 역대 지도자들과 전혀 다른 인간 유형이다. 머릿속에는 아메리카 컴퍼니의 흑자밖에는 없다. 이익을 내지 못하는 대통령은 멍청이나 호구에 지나지 않는다.

뉴욕 맨해튼 6번가 원 브라이언트 공원에는 미국 국가부채 시계가 있다. 현재는 36조7006억 달러로 액수가 초 단위로 올라간다. 웹사이트에서는 국가별 부채도 보여준다. 중국 15조3989억 달러, 일본 12조718억 달러, 한국 1조1469억 달러다. 미국의 국가부채는 1달러짜리 지폐를 쌓으면 지구와 달을 다섯 번이나 왕복할 수 있다. 역사상 어느 제국도 이 같은 천문학적 빚더미를 안고 유지된 경우는 없다. 영국 경제경영연구소는 현 상태로 가면 2038년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이 미국을 추월할 것으로 예상한다. 그렇게 되면 미국은 더 이상 패권국이 아니다. 중국이 모든 것을 좌지우지하게 된다. 트럼프는 미국에 새 생명을 불어넣으려 한다. 이번 관세 전쟁은 중국을 굴복시킬 마지막 기회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부채 130조 위안(약 18조 달러)을 안고 있는 부동산 개발업체들이 언제 줄도산할지 모른다. 실물경기 급락이 금융 시스템 붕괴로 이어지면 중국몽은 물거품이 된다. 중화 민족의 위대한 부흥도 끝난다. 최악의 경우 내부 분열로 나라가 쪼개질 수도 있다.

한·미 패키지 무역협상이 곧 열린다. 순탄치 않겠지만, 세계 질서 흐름을 생각하면 방향을 찾을 수 있다. 정부는 국제기준에 맞는 비관세 장벽 조정과 합리적 범위의 방위비 인상 수용 의사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 트럼프 행정부도 상호 이해 위에서 관세율을 낮춰야 한다. 미국이 약해지면 한반도 미래도 바뀐다. 이번 6·3 대선의 진정한 화두는 내란 종식이나 1987년 체제 청산이 아니다. 관세 전쟁과 경제, 국가 생존이다. 정치 지도자들은 진보와 보수 성향, 성장과 분배 이념을 망라한 경제자문단을 꾸려 국민에게 나갈 길을 제시해야 한다. 미·중 패권 경쟁의 한복판에 대한민국은 서 있다.

이제교 편집국 부국장
이제교 편집국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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