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1985년 플라자합의와 이듬해 미·일 반도체협정 등 심각한 통상 마찰을 경험한 나라다. ‘잃어버린 20년’ 트라우마로 인해 발 빠르게 초당적 통상 협상에 나서고 있다.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상호관세는 국난”이라고 선언하자 최대 야당인 입헌민주당의 류 히로후미 국회대책위원장이 “관세 문제에는 여야가 없고 협력할 부분은 협력하겠다”고 화답했다. 노다 요시히코 입헌민주당 대표도 “우선순위는 (정치자금 스캔들이 아닌) 관세 문제”라며 교통정리를 했다. 이시바 총리는 지난달 자유민주당 초선 의원들에게 10만 엔짜리 상품권을 돌린 바람에 퇴진 위기에 몰려 있다. 하지만 오는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야당이 최대 호재를 접어두고 정치적 휴전을 택했다.
지난달 4일부터 25% 관세를 먼저 얻어맞은 캐나다도 마찬가지다. “미국의 51번째 주가 되라”고 조롱당한 뒤 ‘엘보 업’ 구호가 전국을 휩쓴다. 전설적 아이스하키 선수인 고디 하우가 팔을 높이 들어 상대편을 막은 뒤 팔꿈치로 뒤통수를 내리찍어 제압했던 기술이다. 애국 소비 열풍이 불고, 미국행 여행객은 23% 급감했다. 유력지인 더 글로브 앤드 메일은 “생큐, 트럼프! 당신은 우리를 통합시켰다”는 칼럼을 게재했다. 아이스하키와 메이플시럽 말고는 하나로 묶을 구심력이 없었는데, 관세 폭탄이 나라를 단합시켰다는 것이다. 캐나다는 먼저 내부 무역 장벽 철폐에 나섰다. 10개 주와 3개 준주로 구성된 복잡한 연방국인 만큼 지역별 규제와 준조세가 평균 관세 21%에 해당한다고 한다. 마크 카나 총리는 “각 지방정부로부터 내부 장벽을 7월 1일까지 없애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고 밝혔다.
독일도 힘들 것으로 예상됐던 좌우 대연정이 10일 전격 성사됐다. 관세 전쟁에서 국익을 지켜내기 위해 기독민주당·기독사회당·사회민주당이 다음 달 좌우 연립정부를 출범시키기로 합의한 것이다. 한국도 25% 상호관세가 90일간 유예됐을 뿐, 없어진 게 아니다. 기존의 무관세에서 10% 기본 관세를 물어야 하고, 자동차 철강 등은 25% 품목 관세로 엄청난 부담을 안고 있다. 정치권은 “정쟁은 국경선에서 멈춰야 한다”는 일본·캐나다·독일의 지혜를 참고해 초당적 협력에 나서길 바란다. 더욱이 발 빠르게 대응하는 일본과 독일은 한국과 경쟁하는 제조업 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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