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t. 121, 안중근, 1879-1910, ‘녹죽(緑竹)’, 69.3×34cm, 1910, 3억원-6억원, 서울옥션 제공
Lot. 121, 안중근, 1879-1910, ‘녹죽(緑竹)’, 69.3×34cm, 1910, 3억원-6억원, 서울옥션 제공

서울옥션은 오는 22일 오후 4시 서울옥션 강남센터에서 ‘제183회 미술품 경매’를 개최한다. 광복 80주년을 맞아 독립운동가들의 정신을 살펴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와 작품들을 대서 소개해 눈길을 끈다. 출품작은 총 132랏(Lot), 낮은 추정가 총액 약 110억원이다.

이번 경매에는 불교를 통해 조선의 정신을 일깨우려 한 종교인이자 조국 독립의 염원을 노래한 시인, 만해 한용운의 ‘심우송’ 병풍이 출품된다. 만해 노년의 전형적인 서풍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그의 필적 가운데 보기 드문 10폭 대작이다. 보존 상태도 양호해 서울특별시 문화유산자료로 지정됐다.

Lot. 122, 만해 한용운,(1879-1944), ‘심우송(尋牛頌)’, 34.5×139.5cm(10폭),  가격 별도문의. 서울옥션 제공
Lot. 122, 만해 한용운,(1879-1944), ‘심우송(尋牛頌)’, 34.5×139.5cm(10폭), 가격 별도문의. 서울옥션 제공

칠언절구 10수의 ‘심우송(尋牛頌)’은 불도의 수행경로를 동자승이 잃어버린 소를 찾는 여정에 비유하고 있다. 소를 찾아 헤맨 끝에 마침내 소를 발견한 동자승은 이내 소와 자신의 구분을 잊는 무아의 경지에서 깨달음을 얻는다. 이후 다시 속세로 돌아와 중생들에게 자비를 베풀며 보살행을 실천한다. 만해는 이를 통해 불도의 수행 과정에서 궁극적으로 특정한 방편이나 대상에 얽매이기보다, 진정으로 잃어버린 것이 무엇인지 자각하고 행동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당시 식민지 조선에서 나라 잃었음을 자각하지 못하거나 나라를 되찾고자 하는 마음을 선뜻 내지 못하는 이들에게 독립을 열망하는 행위가 곧 자유와 해탈이라는 것을 깨닫게 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소를 찾다’라는 의미의 심우(尋牛)는 만해가 임종할 때까지 거주한 성북동 거처 ‘심우장(尋牛莊)’에도 쓰였다. 즉, 작품은 만해의 종교적 성찰과 광복에 대한 염원이 하나로 결집된 결과물이다.

이제껏 대중에 공개된 적 없는 안중근 의사의 유묵 ‘녹죽(緑竹)’도 경매에 오른다. ‘푸른 대나무’를 뜻하는 녹죽은 1910년 2월 사형 집행을 앞둔 안중근 의사의 변함없는 지조와 절개를 대변하는 상징물이다. 또, 윤동주의 유고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의 정음사 초판본도 출품된다. 올해는 그의 서거 80주기이기도 하다.

일제침탈의 시작과 끝을 보여주는 자료 또한 눈길을 끈다. <조일수호조규 관련 외교문서 일괄>은 흔히 ‘강화도조약’이라고 알려져 있는 조일수호조규의 부록과 무역규칙 체결 과정에서 양국 관리들이 필담을 통해 주고받은 실무적 대화와 조율의 과정 등을 담은 문서다. 출품작은 국내 한 컬렉터가 해외에서 구입한 작품으로 환수의 의미를 갖는다.

Lot. 37, 박수근(1914-1965), ‘목련’, 14.2×26.2cm, 1963, 2억 3000만원-4억원. 서울옥션 제공
Lot. 37, 박수근(1914-1965), ‘목련’, 14.2×26.2cm, 1963, 2억 3000만원-4억원. 서울옥션 제공

‘극동국제군사재판 속기록 349권 일괄’은 일제 패망 이후 도쿄에서 열린 전범재판 내용을 담은 속기록이다. 일부 소실된 부분이 있으나 극동국제군사재판 속기록이 출품작과 같이 대량으로 전해지는 사례가 알려진 바 없으며, 국회도서관에 1962년 발행된 재판본만이 전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매우 크다. 또한 재판의 첫머리에 해당하는 제1회-제6회의 원형 속기록이 새롭게 발견돼 가치를 더하고 있다.

국내외 근현대미술 주요작가의 작품도 소개된다. 이번 경매에선 다양한 형태로 변화한 이배의 작업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작가의 대표작인 ‘Issu du Feu(불로부터)’는 세로 2미터가 넘는 대작으로, 숯 덩어리들이 이어진 형태의 브론즈 조각이 새 주인을 찾는다. 박수근의 ‘목련’은 작가 사후 마련된 유작전에 전시된 작품 중 하나다. 고유의 우둘투둘한 재질감을 느낄 수 있다.

왼쪽은 Lot. 41, 이배, 1956 - , <Issu du Feu>, 캔버스에 숯, 209.2×119.3cm, 2000,
2억 9000만원-4억 5000만원. 오른쪽은 Lot. 43, 야요이 쿠사마, 1929 - , <Infinity Nets (LFVUK)>, 캔버스에 아크릴, 130×97cm(60), 2018, 가격 별도문의 서울옥션 제공
왼쪽은 Lot. 41, 이배, 1956 - , , 캔버스에 숯, 209.2×119.3cm, 2000, 2억 9000만원-4억 5000만원. 오른쪽은 Lot. 43, 야요이 쿠사마, 1929 - , , 캔버스에 아크릴, 130×97cm(60), 2018, 가격 별도문의 서울옥션 제공

야요이 쿠사마의 2018년 작 ‘Infinity Nets (LFVUK)’는 노랑색의 배경에 붉은 선들로 가득 채워져 강렬한 색채의 조합을 보여준다. 60호 크기의 화폭에서 섬세하고 조밀한 선으로 이뤄진 망은 작가가 느낀 무한함과 초월이라는 감각을 작가 고유의 방식으로 풀어내고 있다.

럭셔리 섹션에선 벨기에 명품 브랜드 델보가 르네 마그리트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아티스트 콜라보 시리즈 핸드백이 경매에 오른다. 꽃봉오리 형태의 섬세한 골드 조각에 다이아몬드 장식이 세팅되어 있는 화려한 티파니 앤 코 브로치도 새주인을 찾는다.

르네 마그리트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된 델보의 핸드백(왼쪽)과 티파니 앤 코의 브로치(오른쪽). 핸드백 낙찰 추정가는 200만원-1500만원, 브로치는 950만원-1500만원이다. 서울옥션 제공.
르네 마그리트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된 델보의 핸드백(왼쪽)과 티파니 앤 코의 브로치(오른쪽). 핸드백 낙찰 추정가는 200만원-1500만원, 브로치는 950만원-1500만원이다. 서울옥션 제공.

프리뷰 전시는 12일부터 서울옥션 강남센터에서 진행된다.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열리며, 경매 당일인 22일까지 누구나 무료로 관람 가능하다.

박동미 기자
박동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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