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규회의 뒤집어보는 상식

“그 냄새에 슬쩍 감염되면 지위고 체통이고 다 내려놓을 준비를 해야 한다. 가족도 국가도 그 어떤 이데올로기도 그 냄새 앞에서는 백기를 들고 투항할 수밖에 없다.”(안도현 ‘자장면’)
4월 14일은 ‘솔로’ 남녀가 자장면을 먹으며 서로의 외로움을 달래주는 ‘블랙데이’다. 자장면은 ‘자장’에다 한자음 ‘면(麵)’을 결합해 만든 조어. 1960∼1970년대에는 자장면이 귀한 음식이었다. 졸업식 등 특별한 날에 자장면을 먹었다. 문화관광부는 2006년 7월 남녀노소 누구나 즐기는 대표적 외식 메뉴라는 이유로 자장면을 ‘한국 100대 문화 상징’의 하나로 선정했다.
한국의 자장면은 우리의 발명품일까? 그렇지는 않다. 우리나라로 귀화한 음식이다. 자장면의 원류는 중국이다. 자장면은 베이징(北京)과 산둥(山東) 지역에서 삶은 면에 볶은 면장과 각종 야채를 얹어 비벼 먹는 전형적인 가정식 요리였다.
중국에는 우리가 즐겨 먹는 자장면이 없다. 중국 자장면은 단맛이 없고 짠맛이 강하다. 반면 한국 자장면은 좌르르 윤기가 흐르고 단맛이 난다. 중국 자장면은 삶아서 식힌 면을, 한국 자장면은 갓 삶아낸 면을 사용한다. 그래서 중국 자장면은 마르고 차고, 한국 자장면은 물이 많고 뜨겁다. 얹는 재료도 다르다. 옥수수나 달걀 반쪽은 중국 자장면에 없다. 밑반찬으로 단무지와 양파가 춘장과 곁들여 나오는 것도 한국식이다.
우리나라에서 자장면이 언제 처음 만들어졌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다만 여러 정황을 종합해보면, 우리나라에 장기 체류하는 산둥성 출신 화교들이 급증했던 19세기 말 어느 무렵에 최초의 자장면이 만들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산둥 출신 화교들이 초기에 정착했던 제물포(인천)나 한성(서울)이 자장면 원산지의 유력한 후보지다.
자장면. 그 검은색의 유혹은 치명적이다.
도서관닷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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