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극궤도’ 활용 방안
극궤도 위성, 지구가 자전할 때
수직으로 남·북극 상공서 관측
온난화 등 기후위기 추세 파악
지형변화 탐지 군사정찰 역할도
민간인 태운 스페이스X 우주선
4일간 극궤도따라 여행후 귀환
韓美 합작 망원경 ‘스피어엑스’
하루 600회 촬영, 우주지도 제작

기후위기에 맞서 전 세계적으로 역량을 결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항상 같은 조건에서 지구의 상태 변화를 파악할 수 있는 ‘극궤도 위성’의 기능과 공적 역할이 나날이 중요해지고 있다. 극궤도 위성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선 ‘지구는 하루(24시간)에 한 번 자전하고 있다’는 누구나 아는 자명한 사실을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남극과 북극을 지나는 선인 ‘극궤도’를 축으로 삼고, 하루에 한 바퀴 주기로 회전하는 지구의 특성 때문에 우리의 일과는 낮과 밤으로 나뉘게 된다. 지구가 자전할 때 수직으로 남극과 북극 상공을 통과하는 위성이 극궤도 위성이다. 지구가 자전하는 특성에 따라 극궤도 위성은 회전할 때마다 지구의 다른 지역을 지나가게 되면서 지구의 전 표면을 일정 간격으로 관측할 수 있다. 대부분의 극궤도 위성은 매일 특정 시간에 극궤도 위성이 지구 상의 같은 지점을 지나도록 만들어주는 궤도인 ‘태양동기궤도’를 따라 운행되고 있다.
극궤도 위성은 ‘하늘에서 지구를 지켜보는 눈’으로서 우리의 일상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일기예보에 적용되는 기상 데이터를 수집하기도 하고, 산불·홍수·해양 오염·극지방의 빙하감소 등 지구 환경 변화를 감지하는 데도 극궤도 위성이 쓰인다. 온난화를 포함한 지구의 장기적인 변화와 추세 등을 감지하는 데도 탁월하다. 목표 지역을 감시하는 군사정찰위성으로도 활용되는데 과거 소련이 군사정찰위성과 기상위성 등을 극궤도에 올려놓은 것으로 유명하다. 극궤도 위성은 지형 변화나 도시개발과 관련한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해 경제적 파급효과를 창출하는 고급정보로 가공되기도 한다.
최근 중국계 비트코인 억만장자 춘 왕 등 민간인 4명을 태우고 4일간 극궤도를 비행한 스페이스X 우주선이 무사히 지구로 귀환하면서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그동안 미지의 세계를 갈구하는 인간의 호기심이 인류의 발전을 촉진해왔던 역사적 사건이 재현됐기 때문이다.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의 신대륙을 향한 여정이 선박 제조와 항해 기술을 비약적으로 성장시켰고, 하늘을 날고 싶어 했던 라이트 형제의 꿈이 동력 비행기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하늘 너머에 있는 지구 밖 세상을 동경하는 인간의 열망은 우주비행을 비롯한 현대과학의 최전선에 있는 우주기술의 융성을 이끌고 있는 만큼, 인류 최초로 우주선을 타고 떠난 여행이 인간의 삶을 어떻게 풍요롭게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기대감이 무르익으면서 전 세계의 시선이 춘 왕과 그의 동료들에게 더욱 집중되고 있다.
스페이스X에 따르면 미국 동부시간으로 지난달 31일 오후 9시 47분 미국 플로리다주에 있는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프램(FRAM) 2’로 명명된 임무를 위한 우주캡슐 드래건이 팰컨9 로켓에 실려 발사됐다. 프램은 20세기 초 북극과 남극으로 탐험을 떠난 노르웨이 선박 프램호에서 이름을 따왔다. 춘 왕을 비롯해 노르웨이 영화감독 야니케 미켈센, 독일 로봇공학·극지 연구가 라베아 로게, 호주 모험가 에릭 필립스 등 우주비행을 처음으로 하는 민간인 4명이 드래건에 몸을 맡겼다. 이후 드래건은 인류 역사상 최초로 적도에서 완벽하게 수직인 상태(90도)로 극궤도에 접근했고, 46분 간격으로 남·북극 상공을 지나면서 총 55차례에 걸쳐 지구를 돌았다.

우주에서 내려다본 남극에 대해 춘 왕은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예상과는 달리 그저 순수한 흰색일 뿐, 인간의 활동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소감을 남겼다. 드래건 발사 이전에 극궤도에 가장 가깝게 다가선 우주선은 지난 1963년 구소련의 ‘보스토크 6호’였는데, 당시 적도에 대한 각도는 65도였다고 한다.
우주비행을 마치고 대기권으로 재진입한 드래건은 낙하산을 펴고 하강해 지난 4일 오전 9시 19분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앞바다에 안착했다. 이로써 스페이스X는 17번째 유인 비행이자 6번째 민간인 대상 상업용 비행을 달성했다. 스페이스X는 비용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4석 전체의 가격이 2억 달러(약 2900억 원)를 훌쩍 넘길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중국 톈진(天津) 출신인 춘 왕은 비트코인을 채굴해 억만장자가 됐고, 이번 우주여행의 경비 전액을 부담한 것으로 전해졌다. 드래건에 탑승한 춘 왕 일행은 극궤도 상공을 비행하면서 조망창인 큐폴라 너머로 오로라와 유사한 고고도 발광 현상을 관측했고, 우주에서 처음으로 시도한 인체 엑스레이 촬영과 미세 중력 상태에서의 버섯 재배 등 22가지 과학 연구를 실행했다.
극궤도에서 관측 임무 수행을 앞두고 있는 우주 망원경 스피어엑스에 대해서도 관심이 커지고 있다. 한국천문연구원과 나사(미 항공우주국) 등이 함께 개발한 스피어엑스는 지난달 12일 캘리포니아주 밴덴버그 우주기지에서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에 실려 발사됐는데, 극궤도를 98분 주기로 하루 14.5바퀴 공전하며 우주를 600회 이상 촬영할 예정이다. 전체 하늘을 기준으로는 4차례 관측을 진행한다. 스피어엑스는 지상에서는 관측이 힘든 적외선을 볼 수 있는 우주 망원경으로 전체 하늘을 102가지 색으로 관측해 세계 최초로 적외선 3D 우주지도 제작에 나선다. 광활한 관측 시야를 한 번에 볼 수 있는 스피어엑스는 이달 중 초기 운영 단계를 마무리하고, 2년 6개월간 총 4번에 걸쳐 우주 지도를 만들어 우주 탄생과 형성을 포함해 생명체 탐색 등에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지난 2일 우주항공청이 스피어엑스가 촬영한 첫 이미지를 공개하면서 우주천문학계는 한껏 고무됐다. 해당 이미지는 과학 연구에 사용될 준비가 아직은 되지 않았지만, 또렷한 초점과 안정적인 밝기로 스피어엑스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특히 스피어엑스가 어둡고 먼 은하들을 관측할 수 있음을 스스로 증명하면서 우주 영역의 구성성분, 은하까지의 거리, 우주가 탄생한 지 1초도 채 되지 않아 우주가 수조 배로 급격히 팽창한 원인과 우리 은하 내의 물의 기원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주제를 연구하는데 스피어엑스가 다방면으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윤영빈 우주항공청장은 “스피어엑스의 성공적인 관측은 우주탐사의 새로운 시작을 의미한다”면서 “이를 통해 한국 과학자들의 연구 수준과 한국의 위상이 한층 높아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전세원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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