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절환의 음악동네 - 존 덴버 ‘두 개의 다른 길’

‘그는 나의 동서남북이었다(He was my North, my South, my East and West).’ 위스턴 휴 오든(1907∼1973)의 시에 나오는 구절이다. 그렇게 좋았을까. ‘난 사랑이 영원할 줄 알았다(I thought that love would last forever)’ 하지만 나중엔 비장한 탄식이 이어진다. ‘내가 틀렸다(I was wrong)’ 제목은 ‘장례식 블루스(Funeral Blues)’ 배신이 아니라 죽음을 애도하는 시다. 휴 그랜트 주연의 ‘네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Four Weddings and a Funeral·1994)’에 나와서 더 유명해진 시다.

얼마 전에 아들 친구 결혼식 주례를 섰다. 신랑이 위풍당당하게 입장한다. 신부는 부친과 팔짱을 끼고 입장한다. 양가 모친들은 주례가 입장하기 전에 이미 손잡고 입장해서 화촉에 불을 밝힌 상태다. 입장만 무려 네 번이다. 주례사가 시작된다. “입장(入場)을 마쳤으니 지금부턴 입장(立場)을 서로 바꿔 생각할 차례입니다.”

처음에 인사하러 왔을 때 물었다. “서로의 어떤 점에 마음의 문이 열렸나.” 눈빛이 타오르는데 무슨 대답이 필요한가. 그들은 서로의 좋은 점(장점 강점)을 바라보고 여기까지 왔다. 결혼의 문이 열리면 그때부터 안 좋은 점(단점 약점 결점 오점 허점)이 하나둘씩 보이기 시작한다. 결혼은 남이던 사람이 ‘님’이 되는 과정이다. 하지만 ‘남이라는 글자에 점 하나를 지우고 님이 되어 만난 사람도 님이라는 글자에 점 하나만 찍으면 도로 남이 되는 장난 같은 인생사’(‘도로 남’ 원곡 김명애)가 주변엔 즐비하다.

프로그램 제목을 보면 시대의 온도 습도를 어느 정도 잴 수 있다. ‘나 혼자 산다’(MBC) ‘같이 삽시다’(KBS)는 장기 체류 중이다. ‘나는 솔로’(ENA) ‘이혼숙려캠프’(JTBC)도 성업 중이다. 급기야 ‘이혼보험’(tvN)이라는 드라마까지 나왔다. (사실 ‘같이 삽시다’도 이혼 전력 있는 사람끼리 동거하는 이야기다.) 교육적인 측면도 없진 않다. ‘저런 삶도 있구나’ ‘저런 언행은 조심해야지’ ‘저러니까 맺어지고 저러니까 깨지는구나’ 시청률 때문에 연출상 과장이나 축소된 면도 일부 눈에 띄지만 다양한 사례를 통해 젊은이는 인생의 동서남북을 헤아릴 수 있다.

영국과 아일랜드 혼합밴드 원 디렉션은 출신이 달라도 오직 한 방향(One Direction)으로 나아가자는 취지로 지어진 이름인데 초심대로 되진 않았다. 같아지는 게 아니라 다른 점을 인정해야 결혼도 유지된다. 등 뒤의 점은 직접 볼 수 없다. 그걸 상대가 발견하고 ‘이런 복점(福點)이 있어서 나랑 결혼했구나’라며 등을 때려주는(긁어주는) 게 결혼이다. 배우자가 숨기고 싶어 하는 점은 자세히 안 보는 게 좋다. 자세히 보면 예쁜 건 ‘풀꽃’(나태주 시인)이지 사람이 아니다. 다만 사람이건 풀꽃이건 오래 보아야 사랑스러운 점은 일치한다.

‘다른 환경에서 나고 자랐으니 시각도 입장도 다를 수밖에(They come from different places Different points of view They find themselves in different spaces).’ 미국의 청록파 가수 존 덴버의 ‘두 개의 다른 방향(Two Different Directions)’에 나오는 교훈이다. ‘한 명은 창문 열길 좋아하고 다른 한 명은 닫길 원해(One being like an open window One just like a closing door)’ 주장을 굽히지 않으면 문은 벽이 된다. 열 수도 있고 닫을 수도 있어야 문이다. ‘서로 다르다는 걸 인정한다면 조금 기다려주는 게 진짜 사랑이야(True love may have to wait If you are committed to different directions)’ 기다릴 수 있는가. 없다면 조금 더 기다려라. 동서남북이 모두 너라면 네가 바로 벽이다.

작가·프로듀서·노래채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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