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장 접전 끝 마스터스 제패… 4대 메이저 모두 석권
1.2m 버디퍼트 성공 후 환호
커리어 그랜드슬램 역대 6명
골프황제 우즈 이후 25년만
“2014년 이후 부담 안고 살아
포기 안한 나 자신 자랑스러워“

오거스타 = 허종호 기자 sportsher@munhwa.com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가 긴 여정 끝에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완성했다. 매킬로이는 남자골프 메이저대회 가운데 유일하게 정복하지 못했던 ‘명인열전’ 마스터스(총상금 2100만 달러)에서 정상을 차지하며 10전 11기 만에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매킬로이는 14일 오전(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의 오거스타내셔널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마스터스 4라운드에서 1차 연장 끝에 저스틴 로즈(잉글랜드)를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우승 상금은 420만 달러(약 60억 원)다. 4라운드에서 버디 6개와 보기 3개, 더블보기 2개를 더해 1오버파 73타를 남긴 매킬로이는 최종합계 11언더파 277타로 이날에만 6타를 줄인 로즈와 동타를 작성해 연장전을 치렀다.
매킬로이는 18번 홀에서 진행한 연장전에서 125야드(약 114m) 떨어진 곳에서 시도한 세컨드 샷을 핀 1.2m 거리에 붙인 데 이어 버디로 연결했다. 반면 154야드(141m) 거리에서 때린 로즈의 세컨드 샷은 핀에서 4.6m 떨어졌고, 로즈의 버디 퍼트는 홀을 지나쳐 파에 그쳤다. 우승을 확정한 매킬로이는 퍼터를 하늘로 던진 뒤 무릎을 꿇고 그린에 엎드려 눈물을 흘렸다. 매킬로이는 또 캐디인 해리 다이아몬드와 포옹을 나눈 후 아내 에리카, 딸 포피와 기쁨을 나눴다.
매킬로이는 이로써 4대 메이저대회를 모두 석권하는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달성했다. 2011년에 US오픈, 2012년과 2014년에 PGA챔피언십, 2014년에 디오픈 우승을 차지했다. 매킬로이는 2015년부터 커리어 그랜드 슬램 정복에 나섰고 11차례 도전 끝에 달성했다. 마스터스엔 2009년부터 참가, 17번째 출전에서 챔피언의 상징 ‘그린재킷’을 입었다. 매킬로이는 진 사라젠, 벤 호건(이상 미국), 게리 플레이어(남아프리카공화국), 잭 니클라우스, 타이거 우즈(이상 미국)에 이어 여섯 번째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성취한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2000년 우즈 이후 25년 만이다.
매킬로이에겐 ‘트라우마 극복’도 중요한 과제였다. 매킬로이는 오거스타에만 오면 작아졌다. 2011년 US오픈 우승 전 첫 메이저대회 제패 기회를 그해 마스터스에서 잡았지만 단독 선두로 시작한 마지막 날 8오버파 80타로 무너졌고, 이후에도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다. 10개월 전 US 오픈에서 역전패를 안긴 브라이슨 디섐보(미국)와의 대결이 성사된 것도 찜찜했다. 2타 차 단독 선두로 시작한 매킬로이는 디섐보에게 2번 홀에서 역전당하며 불길한 결과가 재현되는 듯했다. 매킬로이가 1번 홀(파4)에서 더블보기를 했고, 10언더파로 시작한 디섐보는 2번 홀(파5)에서 버디를 챙기며 순위가 역전됐다. 그러나 3번 홀(파4)에서 매킬로이가 버디, 디섐보가 보기를 남기며 순위가 뒤바뀌었다. 이후 매킬로이가 정확한 샷으로 타수를 줄인 반면 디섐보는 타수를 잃으며 간격이 벌어졌다.
매킬로이는 “(오늘은) 골프 인생에서 최고의 날이다. 나 자신이 정말 자랑스럽다. 포기하지 않은 것도, 계속 도전하고 다시 일어선 것도, 실망에 무너지지 않은 것도 정말 자랑스럽다”며 “(US 오픈 우승을 하고) 2014년 8월 이후로 이 부담을 계속 안고 살았다. 거의 11년이다. 단순히 다음 메이저대회 우승의 문제가 아니라 커리어 그랜드슬램이라는 목표가 있었다”고 말했다. 또 “(우승 직후) 무릎을 꿇는 순간엔 17년 동안 이곳을 오가며 쌓아왔던 10년 이상의 감정이 전부 터져 나왔다”며 “그건 기쁨이라기보다 거의 해방감이었다. 진심이다”고 덧붙였다.
허종호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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