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미 논설위원

온통 ‘지브리풍’이다. 오픈AI의 챗 GPT-4o에 사진을 올리고 지브리 스타일로 바꿔 달라고 하면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지브리스튜디오 애니메이션풍 이미지가 생성된다. 지난달 27일 이 기술 출시 후 1주일 만에 전 세계 1억 명이 7억 장이 넘는 사진을 만들었다. 디즈니풍, 심슨풍 등이 있지만 다정하고 따뜻한 지브리풍이 최고 인기다. 일상 놀이를 통한 AI 대중화, 기술의 민주화라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그 포문을 연 것이 문명 비판·환경·생명이라는 주제를 견지하며 아날로그 작업 방식을 추구해온 ‘지브리’라는 사실이 아이러니하다. 지브리는 수작업으로 유명하다. 최신작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2023년)는 무려 7년에 걸친 수작업으로 이뤄졌다. 주인공뿐 아니라 배경과 사소한 디테일까지 공들여 장면 장면이 작품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하야오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애니메이션은 연필과 사람의 손길이 필요한 그 무엇”이라며 컴퓨터그래픽 작업의 과도한 사용을 경계했다. AI 작업과 관련해서는 “AI가 그린 결과물은 실제 작업하는 사람의 고통을 전혀 모른다. 역겹다”며 “내 작품에 절대 쓰지 않을 것이다. 이건 삶 자체에 대한 모욕이다”고 말했었다.

지브리풍이란 이 같은 하야오 감독의 철학과 1985년 지브리 탄생 후, 더 거슬러 올라가면 그가 ‘미래소년 코난’(1978), ‘빨강머리 앤’(1979) 같은 명작을 만들 때부터 지브리와 함께 이룬 작품 세계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지브리풍에서도 느낄 수 있는 특유의 따뜻한 색감만 해도 보통 장편 애니의 경우 평균 200가지 색을 쓰는 데 비해 지브리는 500가지 넘는 색을 사용한 덕분이다. ‘이웃집 토토로’ 때는 기존의 여러 색을 섞어 70여 가지 색을 새로 만든 것으로 유명하다.

빅테크 오픈AI가 작가주의 지브리 스타일로 돈을 벌다니 유감이다. 오픈AI 유료 사용자는 1주일 만에 6%가 증가했다. 올해 사용자 10억 명 달성도 자신하고 있다. 오픈AI는 개인이 아닌 스튜디오 작품을 참고했기에 저작권엔 문제가 없다고 한다. 실제로 작풍과 화풍은 저작권법을 적용받지 않는다. ‘AI가 없던 시대’의 법과 규정은 AI혁명이 만드는 급격한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지브리와 하야오 감독의 입장이 궁금하다.

최현미 논설위원
최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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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실 /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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