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욱 세종연구소 소장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의 지난 8일 첫 전화 통화는 미국발 관세 폭탄을 앞에 두고 의미 있는 소통의 시발점이었다. 한미 간 종합적 딜메이킹 시작을 의미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회관계망(SNS)에서 ‘거대하고 지속 불가능한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 관세, 조선, 미국산 LNG 대량 구매, 알래스카 가스관 합작사업, 한국에 제공하는 군사적 보호에 대한 비용 지불을 논의’했다고 언급했다. 원스톱 쇼핑 의지를 밝힌 것이다.

무엇보다 이번 통화의 성과는 북한 비핵화에 대한 공감대 재확인이다. 한 대행은 “북한 비핵화에 대한 한미 양국과 국제사회의 의지가 북한 핵보유 의지보다 훨씬 강하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도록 공조해 나가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총리실도 양측이 북한 비핵화에 공감했다고 덧붙였다. 이제 북한 비핵화 동력을 살릴 노력이 필요하다. 이미 트럼프 행정부는 미북 회담 의지를 여러 차례 밝혔다. 미북 회담에서 한국 패싱을 막고 북한 비핵화를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다음 노력이 필요하다.

첫째로, 북한 비핵화에 관한 한 구체적인 청사진에 기반을 둔 소통을 해야 한다. 이미 우리 내부에서는 모호한 북한 비핵화 목표 설정 및 북한 핵미사일 동결에 초점을 맞춘 중간지대 합의 등 스몰딜 우려가 있다. 실질적 북한 비핵화의 포기 및 사실상 북한 핵보유국 인정 우려이다. 구체적으로 북한 비핵화를 이루기 위한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목표로 설정하고, 이를 위한 신고·사찰·검증 단계에 대한 명시적 합의가 필요하다.

둘째로, 미북 대화로 인한 한미동맹 훼손을 막아야 한다. 싱가포르 미북 회담 당시 트럼프는 회담 직후 우리 정부와의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선언했다. 연합훈련 중단은 한미동맹의 약화이며 한국 및 인·태지역 안보 상황의 악화를 의미한다. 중국 견제가 외교정책의 우선순위인 트럼프는 국제 분쟁과 위협을 줄이고 중국 때리기에 집중하려 한다. 북한 위협 감소를 한미동맹보다 우선하려는 트럼프의 오판을 바로잡아야 한다. 지역 안보 차원에서 한미동맹의 존재 이유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전해야 한다.

셋째로, 북중 디커플링의 환상에서 벗어나도록 해야 한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미국의 북한 폭격 시나리오가 무르익을 무렵, 주유엔 북한 부대사는 트럼프에게, 북한은 조건 없이 미국과 대화할 수 있으며, 북한을 이용해 중국을 견제하라고 전달했다. 그러나 실제 북한은 트럼프와의 대화 국면에서 지속적으로 중국 시진핑을 만나 원하는 경제적 지원을 얻어냈다. 강대국 사이에서 북한 외교가 가동되고 있었던 것이다.

끝으로, 종합적 딜메이킹 안에서 북한 비핵화를 추진해야 한다. 트럼프는 북한 위협 감소를 위해 미북 회담을 추진할 것이다. 한국은 한미 간 다양한 딜메이킹을 통해 양국 관계의 중요성을 트럼프에게 각인시켜야 한다. 한국의 첨단제품 생산 능력의 미국 내 이전, LNG 구매, 미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협력 등은 미국에 매우 탐나는 거래 ‘품목’이다. 다양한 거래 실적을 통해 윈윈 하는 관계를 만들고, 이 종합적 거래 프레임을 향후 미북 회담에서 한국 패싱을 차단하는 중요한 자산으로 삼아야 한다.

김현욱 세종연구소 소장
김현욱 세종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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