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 ‘무역불균형 해소’ 앞세운 트럼프 관세 대응 카드로

 

자동차·농축산물 수입 확대보다

방산 수입 늘리는 쪽으로 ‘가닥’

 

미국과 관계 불편해진 프랑스 등은

유럽산 무기 우선… 미국 수출 타격

정부가 미국과의 상품수지 불균형 해소 방안의 하나로 미국의 핵심 수출품인 방산 물자 수입을 늘린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유럽, 캐나다 등은 미국의 관세 부과에 대한 대응 카드로서 미국산 무기 구매를 줄이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잡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방산 분야가 미국발 관세전쟁 과정에서 주요 지렛대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14일 코트라 등에 따르면 미국은 전 세계 방위산업의 최대 수출국으로 지난 2019∼2023년 사이 글로벌 방산수출시장의 42%를 차지했다. 특히 미 국무부는 2024년 미국의 무기 수출 판매가 전년 대비 29% 증가한 3187억 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지난해 미국의 총수입액과 총수출액이 각각 4조1100억 달러와 3조1916억 달러인 점을 고려할 때 미국의 무기 수출은 전체 수출의 약 10%를 차지하는 셈이다. 특히 미국은 9·11 테러 직후였던 2002∼2004년, 이라크 사태가 발발했던 2006∼2008년 등과 더불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최근 3년(2022∼2024년)간 냉전 시대 이후 세 번째 방위 산업 붐을 맞고 있는 상태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위비 인상 및 관세 부과 압박에 따라 미국 무기의 주요 수출 시장인 유럽에서 미국 무기 수입 재검토 움직임이 나와 미국의 무기 수출에 타격이 우려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최근 1500억 유로 규모의 방위 기금에서 미국과 EU를 탈퇴한 영국, 튀르키예 기업 제외를 결정했다. 특히 프랑스 등 일부 국가는 방위 파트너로서의 미국에 대한 장기적 신뢰성 우려를 반영해 방위산업에서 ‘유럽산 구매’ 접근법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또 최근 관세 문제로 미국과의 사이가 다소 불편해진 캐나다는 지난달 미국산 F-35 전투기 구매를 재검토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캐나다는 노후화된 전투기 교체 작업으로 190억 캐나다달러(약 19조6000억 원)에 F-35 전투기 88대를 들여오는 계약을 미국 록히드마틴사와 2023년 체결한 바 있다. 미국의 방산 수출 가운데 군 항공기 수출은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한다. 미국 항공전문매체 AWIN의 분석에 따르면 미국에서 향후 10년간 생산될 군용 항공기는 4460억 달러 상당으로 62.4%는 미국 내 판매될 예정이고 37.6%가 수출될 예정이다.

반면 대미 흑자 규모 축소를 위해 미국산 수입 확대를 고심하고 있는 한국으로서는 수입을 늘려도 한국 내 판매 확대가 불투명한 자동차, 농축산물 등의 품목보다 방산 수입 확대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미 관계 소식통은 “양국은 상호군수조달협정도 논의 중”이라며 “이런 점도 당국이 방산 수입 확대를 감안하는 배경일 것”이라고 전했다.

박준희 기자
박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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