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동 논설위원
친윤·반탄 후보 압도 국힘 구도
7:3 찬탄·반탄 여론 역행해 필패
거제시장 재선 참패는 예고편
‘내란당’ 프레임서 구한 한동훈
축출 주장은 적반하장이자 자해
尹·강경보수파가 李 최대 우군
6·3 조기 대선에 출마하려는 국민의힘 후보들의 ‘초기’ 판세가 친윤석열·탄핵반대파가 압도하는 흐름으로 가고 있다. 탄핵찬성파로, 수도권과 중도층에 소구력이 큰 오세훈 서울시장과 유승민 전 의원이 불출마·경선 불참을 선언하면서 찬탄파는 한동훈 전 대표, 안철수 의원 정도만 남았는데 여론조사에서 반탄파인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 홍준표 전 대구시장에게 크게 밀리고 있다. 탄핵반대 장외 집회에도 열성적으로 참석한 나경원 의원, 파면되기 전 윤석열 대통령을 ‘각하’로 부르자던 이철우 경북지사 등 머릿수로도 압도하고 있다.
비상계엄 선포로 탄핵 파면된 윤 전 대통령에게 우호적인 국민의힘 후보로는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이기기는 힘들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탄핵 찬반은 7 대 3 정도로 2배 이상 차이가 난다. 지난 12일 보도된 KBS 여론조사(한국리서치)에선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이 잘한 결정이라는 응답이 67%였다. 잘못이라는 답변은 28%에 불과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4일 공개한 조사는 찬탄 57% 대 반탄 37%였다. 4월 4일 헌법재판소의 윤 대통령 파면 결정 후 차이가 더 벌어지는 모양새다.
이런데도 친윤 의원과 국힘 지지자 상당수는 한동훈 전 대표 등 찬탄파 축출·제거를 입에 올린다. 한 전 대표와 친한계 의원 18명이 12·3 심야에 국회에 들어가 해제 결의안 표결에 참여해 비상계엄을 막아낸 것은 생각도 않는 적반하장이다. 그들의 역사적 결단이 아니었으면 꼼짝 못 하고 민주당의 ‘내란당’ 프레임에 갇힐 뻔했다. 정작 출당해야 할 윤 전 대통령을 끌어안고, 심지어 정치적 은총을 입으려 관저나 사저로 찾아간 대선 주자 및 의원들은 한 치 이익에 눈멀어 당과 보수 진영을 배신하는 것이다.
일반 국민 또는 중도층과 완전히 반대로 가는 후보를 세우면 국힘의 대선은 해보나 마나다. 4·2 재보선 5개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경북 김천시장 1개만 건지고 경남 거제시장마저도 국힘 후보가 38.12%로, 민주당 후보(56.75%)에게 18.63%포인트 차로 대패한 것은 두 달 미리 보여준 예고편이다. 이 전 대표를 극혐하고 가장 심하게 공격하는 강경 보수파들과 정치인들, 영남의 윤석열 지지자들이 ‘이재명 대통령’을 만드는 길로 앞장서 달려가는 격이다.
정치 경력이 상당한 반탄 대선 주자들이 이 뻔한 구도를 모를 리 없을 것이다. 진짜 모른다면 정치를 계속하면 안 될 정도로 무지한 것이고, 알고도 이런다면 다른 욕심이 있는 것이다. 대선 필패는 예견된 것이니 당권이라도 잡자는 속셈일 것이다. 계엄과 탄핵에 대한 뼈를 깎는 반성과 쇄신으로 새로 태어나려는 최소한의 성의도 보이지 않고 시대 흐름과 국민 여론을 거스르는 스탠스로 대선에 크게 지고 나면 불과 1년 뒤 지방선거에서도 쓰나미급 패배를 피하기 어렵다. 거제시장과 부산시교육감 선거 참패에서 보듯 PK 상당수도 민주당에 넘어가고 ‘TK자민련’으로 전락해도 당권을 쥐자는 것은, 나라가 망해도 나만 살아남으면 된다는 심각한 ‘선아후당’의 이기주의다.
국힘 대선 후보 경선 구도가 이렇게 흘러가는 덴 윤 전 대통령의 책임이 가장 크다. 처절하게 사죄하고 탈당해야 할 처지임에도 지지자들을 선동해 당을 죽음의 길로 내몰고 있다. 전과 4범에다 8개 사건 12개 혐의로 5개 재판을 받아 정치생명이 위태롭던 이 전 민주당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한 방에 날려주고 그를 ‘대통령 당선인’에 가장 근접하게 해 준 게 윤 전 대통령이다.
이 전 대표를 극도로 싫어했던 윤 전 대통령이 그의 최대 은인·우군이라는 건 본인과 강성 친윤과 극렬 지지자들만 모른다. 아직도 윤 전 대통령 손을 잡고 울고, 심지어 그의 대선 출마를 주장하는 ‘윤 어게인’ 운운하는 이들도 ‘이재명 대통령 만들기’에 복무하고 있다. 정치적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극단 세력끼리 모여 벌인 화끈한 정치적 선택은 정작 적대하는 세력에 도움만 주는 경우가 많다.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과 민간인 학살·납치는 사법 리스크로 코너에 몰린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를 기사회생시켰다. 2004년 총선을 불과 한 달 앞두고 한나라당과 새천년민주당이 합작한 무모한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는 진보 세력의 약진과 보수 정당 몰락의 시작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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