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도체 등 예외’ 사실상 시인

 

“中 같은 적대 교역국과 싸울것”

내주 반도체·아이폰 관세 발표

 

관세로 인한 美기업 실적 타격

美증시·금리·여론 ‘악화일로’

“코로나이후 최악 공급망 혼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말을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보낸 후 백악관으로 복귀하기 위해 13일 플로리다주 웨스트 팜비치 국제공항에서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에 오르고 있다.   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말을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보낸 후 백악관으로 복귀하기 위해 13일 플로리다주 웨스트 팜비치 국제공항에서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에 오르고 있다. AFP 연합뉴스

워싱턴=민병기 특파원 mingming@munhw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반도체를 비롯한 스마트폰 등 전자제품에도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하고 중국에 거친 ‘말폭탄’을 퍼부으며 관세전쟁 전선 유지에 나섰지만 이는 관세전쟁 뒤 악화된 국내 여론과 금융 시장 기류에 여전히 곤혹스러운 상황의 방증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을 제외한 나라에 대한 상호관세 부과 유예에 이어 반도체 등을 상호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한 것을 사실상 시인하는 모양새로, 이는 애초 정책 구상 때보다 부작용과 반발이 더 거세 일단 국면을 진정시키고 향후 대중(對中) 전략을 다듬으려는 의도도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자신의 SNS에 올린 글에서 지난 11일 반도체 등 전자제품을 상호관세 부과 제외 항목으로 명시한 것을 두고 아예 관세에서 면제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자 ‘가짜뉴스’라고 밝히며 “우리는 제품을 미국에서 만들어야 하며 우리는 다른 나라에 인질로 잡히지 않을 것이다. 특히 중국같이 미국민을 무시하기 위해 가진 모든 권력을 이용할 적대적인 교역국에 대해 그렇다”고 썼다. 하지만 사실상 상호관세 부과 제외 사실을 시인하고 중국을 향해서는 의미 없는 ‘말폭탄’만 던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주 내내 출렁였던 미국 증시와 국채 금리의 흐름뿐 아니라 여론도 악화일로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워싱턴DC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기자들과 만나 다음 주 반도체와 아이폰에 대한 새 관세를 발표할 것이라면서도 “일부 제품에는 유연성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 것도 아이폰 가격 폭등 우려로 인한 여론 악화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CNBC방송은 이날 트럼프 행정부의 중국에 대한 관세 폭탄은 대부분의 미국 기업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고 있고, 무역전쟁이 길어지면 피해는 되돌릴 수 없을 것이라는 전문가와 기업들의 반응을 전했다. 해상 운송업체 OL USA의 앨런 베어 CEO는 “중국 관련된 비즈니스는 거의 모두 중단된 상태”라고 말했다. 미국 의류·신발협회(AAFA)의 CEO 스티븐 라마르는 “높은 관세와 갑작스러운 정책 변화가 코로나19 이후 가장 심각한 공급망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며 “대체 공급망이 없는 중소기업들은 즉각적인 매출 손실과 품절 사태로 이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 설립자인 레이 달리오는 NBC방송에 출연,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과 미국 부채 증가가 새로운 일방적 세계질서를 초래하고 있다”면서 “현 상황을 제대로 다루지 않으면 경기침체보다 더 나쁜 일이 벌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더 나쁜 일’에 대해서는 통화질서 붕괴, 세계 경제에 매우 혼란을 주는 국제 분쟁, 경우에 따라선 군사적 충돌 등을 언급했다.

미국 CBS방송이 여론조사기관 유거브와 함께 8~11일 미국 성인 남녀 2410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오차범위 ±2.4%포인트)에 따르면 응답자의 75%는 트럼프 행정부의 새로운 관세 정책이 단기간에 물가 상승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했다. 관세 정책이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65%가 단기적으로 나빠질 것이라고 답했다.

민병기 특파원
민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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