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31년 중입자치료기 가동… 송시열 서울아산병원 암병원장

 

엑스레이 아닌 CT촬영

변하는 종양 정밀 반영

탄소 외 헬륨·네온 활용

치료 횟수 절반 이하로

 

“방사선종양학과 의사는

암 환자 동반자라 생각

최선의 치료법 찾을 것”

송시열 서울아산병원 암병원장이 지난 11일 이 병원 동관 1층 방사선종양학과 치료실에서 중입자 치료기 도입 과정을 설명하면서 환하게 미소 짓고 있다.  박윤슬 기자
송시열 서울아산병원 암병원장이 지난 11일 이 병원 동관 1층 방사선종양학과 치료실에서 중입자 치료기 도입 과정을 설명하면서 환하게 미소 짓고 있다. 박윤슬 기자

국내 최대 병원인 서울아산병원에서 오는 2031년 ‘꿈의 암 치료기’로 불리는 중입자 치료기가 가동된다. 서울 송파구 풍납동 본원에 들어서는 중입자 치료센터는 연면적 4만880㎡(약 1만2388평)로 국내 최대 규모다. 난치암에 쓰일 회전형 치료기 2대와 함께 고정형 1대가 도입될 예정이다. 매년 암 환자만 110만 명 넘게 찾는 이 병원에서 중입자 치료기 도입이 처음 논의된 때는 지난 2021년. “일본과 독일 병원이 하는 중입자 치료를 왜 서울아산병원은 하지 않냐”는 암 환자들의 문의가 끊이지 않던 시기였다. 환자들 요구는 공식 테이블에 올랐다.

지난 11일 서울아산병원 서관 1층 암정보교육센터에서 만난 송시열 암병원장(방사선종양학과 교수)은 도입 배경에 대해 “난치성 암의 치료 한계를 극복하자는 공감대가 두텁게 형성돼 있었다”며 “병원은 환자를 위해 존재하는 곳이기에 환자 수요도 많이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중입자 치료기엔 기존 양성자 치료에 사용하는 수소 입자보다 12배 무거운 탄소 입자 등이 활용된다. 탄소 입자를 빛의 70∼80% 속도로 가속해 정상 조직은 최대한 보호하고 암세포만 집중적으로 사멸시킨다. 서울아산병원이 들여오는 중입자 치료기는 국내에서 3번째다. 특징은 ‘멀티이온빔’이다. 국내 도입된 기존 중입자 치료기는 탄소 입자만 쓰는 반면 헬륨, 네온, 산소 등 여러 입자를 활용하는 것이다. 기존 장비는 치료할 때 암세포를 확인하기 위해 엑스레이를 쓰고 있지만, 새 장비는 컴퓨터단층촬영(CT)을 사용한다. 이 경우 치료 중 바뀌는 종양 크기나 위치를 정밀하게 반영할 수 있다. 송 원장은 “계약 단계에서 조금이라도 더 높은 성능을 발휘할 수 있는 장비 제작을 위해 제조사와의 협상에 많은 공을 들였다”며 “중입자 치료의 정확도를 확보하기 위해 CT 영상을 사용하는 만큼 기존 장비보다는 치료 크기가 넓어지고 좀 더 큰 종양도 치료할 수 있어 치료 적용 범위 역시 확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입자 치료는 난치성 암의 치료 한계를 뛰어넘는 치료법으로 꼽힌다. 암 치료의 3가지 축은 방사선 치료, 수술, 약물 치료다. 주된 축인 방사선 치료는 괴사가 있는 저산소종양 등에선 한계점이 많다. 송 원장은 “방사선 치료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게 중입자 치료”라며 “중입자 치료는 방사선 치료의 대체재가 아닌 보완재”라고 말했다. 환자 삶의 질도 끌어올릴 수 있다. 그는 “중입자 치료는 부작용과 환자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기존 방사선 치료가 보통 20회 이상 필요한 것과 달리, 중입자 치료는 횟수를 절반 이하로 줄일 수 있어 환자 편익을 높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병원에선 중립자 치료를 전립선암, 췌장암, 간암 외에 폐암, 육종암 등 기존 치료에 내성을 가진 암종에도 확대 적용할 방침이다. 송 원장은 “폐섬유증을 동반한 폐암, 혈관이나 신경이 인접하면서도 방사선 치료엔 저항성을 가진 육종암 등에도 적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재발암과 전이암 치료에서도 실효성이 클 것으로 봤다. 최근 암 치료 성적이 획기적으로 좋아지면서 암 환자의 기대여명도 늘어났다. 이에 일부 암 환자들에게선 재발과 전이가 일어나기도 한다. 그는 “암 환자들의 생존 기간이 길어지면서 재발 암과 소수 전이암이 생기기도 하는데 중입자 치료로 충분히 이겨낼 수 있다”며 “재발 암의 경우 일반적으로 추가 치료에 내성을 갖는데 한 번에 치료 효과가 더 높은 중입자 치료가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송 원장은 중입자 치료기 도입을 준비하던 3∼4년 전부터 일본 QST병원과 야마가타 대학병원, 군마 대학병원 등을 오가면서 장비 운용과 치료 방법을 배우고 있다. 일본은 세계 최초로 중입자 치료기를 도입했는데 현재 중입자 치료센터 7곳을 보유 중이다.

송 원장은 치료 원칙에 대해 “한정된 진료 시간이지만 가급적 환자에게 많이 설명하려고 한다”며 “치료와 삶이라는 한 방향으로 같이 나아가는 관계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방사선종양학과 의사는 암 환자의 동반자라고 생각한다”며 “환자가 암을 이겨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치료 방법을 찾아내고 싶다”고 강조했다.

권도경 기자
권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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