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해동의 미국 경제 읽기

‘양치기 소년으로의 전락을 피할 수 있을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하루가 멀다 하고 관세정책을 바꾸면서 “언젠가는 양치기 소년처럼 다른 나라의 신뢰를 잃을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기존에 발표한 관세정책을 뒤집기도 하고, 없던 내용을 추가해왔다.

예컨대 우리나라에 부과하는 상호관세는 지난 2일 발표 당시에는 25%였다가 행정명령에는 26%로 기재됐다. 우리나라에 대한 상호관세는 최종적으로 25%로 확정됐지만, 과정을 살펴보면 과연 ‘대국(大國)’의 일 처리가 맞나 싶은 것이 한둘이 아니다.

중국에 대한 관세 총합은 125%라고 알려졌는데, 트럼프 행정부는 마약류인 ‘펜타닐’과 관련해 부과한 관세인 20%를 추가해서 145%가 맞다고 정정하기도 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또 스마트폰·컴퓨터·디스크드라이브·메모리칩·반도체 제조장비 등 20개 품목은 상호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공지했다. 앞으로도 얼마나 많은 제품이나 부품이 관세 부과 대상에 추가되거나 제외될지 알 수 없다.

세계 최강인 미국 대통령이 발언을 바꿨다고 해서 비난하는 사람을 찾기는 어렵다. 그만큼 미국의 힘은 막강하다. 그러나 아무리 미국이나 미국 대통령의 힘이 막강하다고 하더라도 이런 일이 계속되면 언젠가는 미국에 대한 전 세계의 신뢰는 추락할 수밖에 없다.

시장의 관심은 향후 미국과 중국 간의 ‘관세전쟁’이 극적으로 타결될 가능성이 있느냐일 것이다. 현재와 같이 100%가 넘는 미국과 중국, 양국의 상대방에 대한 관세는 ‘사실상 교역을 하지 않겠다’는 뜻이며, 두 나라 국민 모두 후생(厚生)의 대대적인 감소를 받아들여야 하기 때문에 영구적으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언젠가는 양국이 현실적인 비율로 관세율을 낮출 것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현재 미국과 중국 모두 상대방이 먼저 허리를 굽히고 협상장에 들어오기를 바라고 있기 때문에 단시일 내에 협상의 문이 열릴지는 지켜봐야 할 문제다.

조해동 기자
조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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