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시집 잇따라 선보여

 

장석주 ‘따스한 위로’ 담아내

함민복, 엄마의 사랑 등 노래

김용택, 일상 대화·사건 관조

최근 동시를 선보이고 있는 장석주(왼쪽부터), 함민복, 김용택 시인.
최근 동시를 선보이고 있는 장석주(왼쪽부터), 함민복, 김용택 시인.

‘염소 똥은/까맣구나//검정콩같이/동글동글//까만 염소가 눈 똥은/까만 똥//하얀 염소가 눈 똥도/까만 똥//초록 풀을 먹는 염소가/왜 까만 똥을 눌까요?’(‘염소 똥’ 전문)

까만 염소 똥을 천진하게 바라보던 아이는 동그란 검정콩을 떠올린다. 이내 초록 풀을 먹는데, 하얀 염소인데 왜 똥은 까만지 당돌하게 물어온다. 순수한 아이의 눈으로 세상 모든 것에 물음표를 붙이는 시집의 지은이는 놀랍게도 등단 47년 차 장석주 시인이다. 장 시인은 ‘대추 한 알’ 등의 시로 사랑받으며 반세기 동안 한국 시단의 한자리를 묵묵히 지켜왔다. 또한 오래 간직해온 어린이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은 마침내 첫 동시집 ‘또르르 똑똑 빗방울 삼 형제’(자음과모음·작은 사진 맨 위)로 어린이 독자를 찾아왔다.

자연을 바라보는 시인의 투명한 시선은 따스한 위로를 담고 있다. 잎사귀가 모두 떨어진 겨울나무를 보며 ‘잎 진 가지마다/겨울밤 별빛들/초롱초롱’이라 말하며 ‘꿈속에서라도/친구들 이름을 불러보렴’하곤 위로한다. 월식 현상을 보면서도 ‘달을 베어먹은 것은/생쥐일까요?//배고픈 까마귀가 /달을 쪼아먹은 걸까요?’ 궁금해하다가도 ‘우리 엄마 늦게 돌아오는/밤길이/걱정되네요’라며 아이의 마음을 먼저 공감해 다가간다. 장 시인은 “동시가 시의 웃음이자 시의 원형질이라고 믿고 있다”며 “아이들이 동시집을 읽으며 우리 말맛을 익히고, 동시의 재미와 기쁨에 눈 떴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전했다.

1988년 등단한 함민복 시인의 두 번째 동시집 ‘내 눈에 무지개가 떴다’(사계절·작은 사진 가운데)에는 잊고 있던 순진무구한 감정이 가득하다. 수록시 ‘와락, 엄마 위로하기’에서 엄마는 바쁜 생활 속에 기차 예매를 놓쳐 ‘역방향’ 좌석만 남았다며 아들의 차멀미를 걱정한다. 그러자 아이는 ‘엄마, 모든 열차는 다/역→방향으로 가는 거야/항상, 나→인호를 향하는 엄마 마음처럼’이라고 말하며 엄마의 사랑을 알고 있음을 전한다. 아이의 세계라고 어찌 기쁨만 있을까. 표제작에서는 항상 함께하던 산책길에 토끼풀, 돼지풀, 강아지풀도 그대로인데 ‘무지개다리 건너간/너만 이제 없다’고 외치며 아이의 슬픔을 함께한다.

초등학교에서 아이들과 함께 울고 웃던 ‘섬진강 시인’ 김용택은 시에세이집 ‘사랑 말고는 뛰지 말자’(난다·작은 사진 맨 아래) 속 31편의 글 중 7편을 동시로 채웠다. 시인은 일상에서 얻은 아포리즘과 동시를 동일한 자리에 올려뒀다. 시인은 풀꽃의 시선으로 자신에게 다가오는 사람의 모습과 손길을 바라보고(‘우리 마을에 예쁜 것들은 다 나한테 들킨다’) 어린이와 나눈 대화를 소중히 기록한다(‘까치 눈이 캄캄해요’). 또한 ‘시언이’라는 이름을 가진 어린 사람의 행동을 어떤 평가와 충고 없이 가만히 지켜본다. 자신의 구토하는 모습에 놀란 엄마와 할머니에게 미안하다고 말하는 아이, 별을 받아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주고 싶다는 아이의 마음이 책의 면면을 채운다.

장상민 기자
장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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