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시즌 이정후 맹타의 비결

 

작년 비해 타격중심 뒤로 이동

공 잡아 놓고 때리는 수준으로

임팩트 후까지 중심이동 이뤄져

홈런·2루타 등 장타 생산력↑

 

“69% 힘조절” 스승 조언도 한몫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서 뛰는 이정후(27)의 방망이 기세가 예사롭지 않다. 올해 히팅포인트(배트와 공이 만나는 위치)를 뒤로 가져간 게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이정후는 14일(한국시간) 끝난 양키스와의 3연전에서 홈런 3개를 포함해 9타수 4안타에 7타점을 올렸다. 14일까지 이정후의 시즌 타율은 0.352(54타수 19안타). 출루율(0.426)과 장타율(0.704)을 더한 OPS는 1.130까지 올랐다. 눈길을 끄는 점은 장타다. 이날까지 안타 19개 중 11개가 장타였다. 2루타는 8개로 빅리그 최상위권에 자리했고, 홈런포도 3개나 남겼다.

이정후는 올해 히팅포인트를 조정했다. MLB 통계 전문 사이트인 베이스볼서번트에 따르면, 올해 평균 히팅포인트는 홈플레이트 윗변에서 앞으로 3.1인치(7.9㎝)다. 이는 지난해 7.4인치(18.8㎝)에서 4.3인치(10.9㎝)나 줄었다. 히팅포인트가 줄어들었다는 건 공을 뒤에서 때린다는 뜻. 지난해 빅리그에 데뷔한 이정후는 빠른 볼을 던지는 투수들을 상대하기 위해 히팅포인트를 앞에다 두고 강하게 방망이를 휘둘렀다. 하지만 올해 이정후는 ‘공을 갖다 놓고 때린다’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포인트가 뒤에 있다.

이정후가 히팅포인트를 조정한 것은 현장의 조언 때문. 2017년부터 2023년까지 키움에서 이정후와 스승과 제자로 호흡을 맞춘 강병식 SSG 타격코치는 15일 오전 문화일보와 통화에서 “이정후가 최근 통화에서 ‘샌프란시스코 타격 코치가 히팅포인트를 뒤에다 놓고 스윙을 하라는 조언을 했다’고 하더라. 이게 맞다. 원래 이정후는 공을 뒤에 갖다 놓고 쳐야 진짜 스윙이 나오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LA 다저스의 ‘슈퍼스타’ 오타니 쇼헤이도 히팅포인트를 뒤에 두고 배트를 휘두른다. 지난해 오타니의 히팅포인트는 2.4인치(6.1㎝). 올해는 0.1인치(0.3㎝)다. 오타니는 히팅포인트를 뒤에 두지만, 임팩트 후까지 정확하게 중심이동이 이뤄져 파워가 배가 된다. 이정후도 마찬가지다.

강 코치는 타격 시 ‘힘 조절’도 한몫했다고 했다. 강 코치는 그간 이정후에게 톱포지션(배트를 잡은 두 손의 위치)에서 콘택트 존까지 내려올 때 세게 휘두르지 말 것을 주문했다. 방망이를 내려칠 때 너무 힘이 들어가면 반응이 느리다는 이유에서다. 강 코치는 “이정후에게 늘 69%의 힘으로 내려오라고 했다. 70∼80%로 표현할 수 있지만, 69%라고 하면 주는 느낌이 다르기에 그렇게 주문했다”면서 “그런데 이정후가 통화 도중 69%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꺼내면서 뭔가 느꼈다고 했다. 타격은 한 끗 차이인데, 과거 기억을 떠올린 이정후가 완벽했던 타격 모습을 찾은 것 같다”고 강조했다.

가장 자신 있는 타격폼을 장착한 이정후의 타구 질은 좋아졌다. 타구 속도가 95마일이 넘는 ‘하드 히트(Hard hit)’의 비율은 지난해 41.8%에서 46.5%로 상승했다. ‘배럴타구(배트 중심에 맞는 타구)’ 비율도 지난해 4.5에서 10.9%로 두 배 이상으로 뛰었다. 스위트스폿(방망이와 공이 접촉하는 가장 이상적인 지점) 비율도 지난해 29.1%에서 올해 45.7%로 크게 올랐다.

여기에 변화구 대처 능력이 좋아진 것도 눈에 띄는 부분. 이정후의 올해 브레이킹볼(커브·슬라이더 등) 상태 타율은 지난해 0.316에서 0.429로 상승했다. 또 체인지업 등 오프스피드 계열 상대 타율(0.278→0.417) 역시 향상됐다. 이창섭 SPOTV 해설위원은 “지난해엔 1번 타자로 나서 상대 투수의 공을 충분히 보지 못하고 나서는 경우가 많았지만 올핸 3번 타순에서 앞서 두 타자를 상대하는 모습을 보고 타석에 선다. 이정후 본인도 이점이 도움된다고 했다. 변화구 대처 능력도 올해 돋보이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정세영 기자
정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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