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 사상 싱크홀 현장 가보니

 

새벽로 일대 수년째 철도공사

사고후에도 싱크홀 조짐 잇따라

콘크리트로 시공된 노후하수관

하중에 취약해 구조개선 필요

지난 14일 지반 침하 공간이 확인된 부산 사상구 감전동 도로에서 부산교통공사와 공사 업체 관계자들이 복구 작업을 하고 있다.
지난 14일 지반 침하 공간이 확인된 부산 사상구 감전동 도로에서 부산교통공사와 공사 업체 관계자들이 복구 작업을 하고 있다.

부산=글·사진 이승륜 기자 lsr231106@munhwa.com

“길을 걸을 때마다 발밑이 무너질까 봐 겁납니다. 여긴 지뢰밭이에요.”

15일 오전 부산 사상구 새벽시장. 사상∼하단 도시철도 공사가 수년째 이어지는 새벽로 일대에서 또다시 싱크홀(지반침하)이 발생하자, 상인과 주민들은 공포에 가까운 반응을 보였다. 이곳에서 국밥집을 운영하는 A(60대) 씨는 “예전 뻘밭이던 매립지에 공사를 하니 도로 전체가 불안하다”고 말했다.

사상∼하단 도시철도 공사구간에서는 싱크홀 사고가 반복되면서 주민들은 “불안해서 못 살겠다”고 호소한다. 지난 13일에는 시장 인근 학장동 공사장 앞 도로에서 대형 싱크홀이 발생했다. 인근 자동차회사 직원 B(50대) 씨는 “공사 이후 도로 침하 이야기를 자주 들었지만 실제 겪고 나니 더 불안하다”고 말했다.

사고는 대부분 새벽로 구간에 집중됐으며, 지난 2023년 이후 발생한 13건 중 8건이 측구(도로 가장자리 배수로) 누수로 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교통공사에 따르면, 이 지역 측구 구조물은 1990년대 이전 철근 없이 콘크리트로 시공돼 반복되는 차량 하중과 진동에 취약하다. 실제 14일 포착된 침하 조짐도 하수관과 측구 접합 부위에서의 누수와 지반 유실 때문이었다. 부산시 하수관 전수조사 결과, 전체 하수관로 1만566㎞ 중 30년 이상 된 노후 관로는 5395㎞(51%), 측구는 전체 3353㎞ 중 2589㎞(77%)로 상당수가 구조적으로 취약한 상태다. 최의식 부산교통공사 시설건설처장은 “철근 없이 시공된 측구는 반복되는 하중에 취약해 정밀 진단과 구조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전문가들 역시 연약한 지반과 노후 관로가 겹치면 누수가 발생하고 흙이 유실돼 공동이 생기며, 결국 침하로 이어진다고 분석한다. 여기에 지하철도 공사 등 대규모 터널 공사가 진행될 경우 진동 등에 의해 침하를 더 부채질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종철 부산대 명예교수는 “콘크리트만으로 된 구조물은 하중에 취약하고, 굴착 시 차수(遮水) 공법이 미흡하면 침하가 반복된다”며 “충분한 설계와 예산 확보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도 “도심 싱크홀의 근본 원인은 노후 상·하수도관에서 새는 물”이라며 “지하관로 상태를 완전히 파악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하 지도 작성과 노후관 교체를 서둘러야 하며, 계측 강화에 따른 공사비·기간 증가도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한편, 부산시는 지난해 지표투과레이더(GPR) 장비로 새벽로 공사구간 전역을 탐사했지만, 13일과 14일 사고지점은 모두 이상 징후가 발견되지 않은 곳이었다.

이승륜 기자
이승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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