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헤그세스 訪日때 전달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 압박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요구하는 국제사회의 압박이 가시화되고 있다. 지난달 미·일 국방장관 회담에선 한반도와 동중국해·남중국해를 하나의 전쟁구역(전구·theater)으로 통합해야 한다는 이른바 ‘원 시어터’(One Theater) 구상이 논의됐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15일 아사히(朝日)신문에 따르면 나카타니 겐(中谷元) 일본 방위상은 지난달 30일 도쿄(東京)에서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에게 중국을 염두에 두고 한반도·동중국해·남중국해 주변 지역을 하나의 전쟁 구역으로 보자는 ‘원 시어터’ 구상을 전달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나카타니 방위상 제안에 환영의 뜻을 표하며, 이후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와의 면담에서 원 시어터 구상을 언급했다고 한다.
아사히신문은 총리 관저 간부가 “대만 유사시에 일본도 전쟁 구역에 들어가고 북한과 러시아가 연동해 움직일 수도 있다”며 “중국이 능력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에 대응 범위도 넓혀야 한다”고 설명했다고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고립주의적 자세에 대응해 일본이 미국을 인도·태평양 지역에 묶어두게 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원 시어터 주장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압박하는 결과로 이어지기 때문에 우리 정부는 신중하게 관련 논의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미국은 그동안 한반도, 대만해협, 일본 등을 별개의 전구로 간주해왔다. 그러나 한반도를 넘어 동중국해·남중국해가 하나의 전구가 된다면 중국을 둘러싼 갈등에 주한미군이 적극적으로 관여하게 되고, 이는 북한에 대한 대응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일각에선 ‘미·중 갈등에 한국이 여과 없이 끼어들 수밖에 없게 된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미 군사적으론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실행하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최근 중동 지역에 주한미군 패트리엇 일부를 보내기로 한 한·미 간 결정, 주한미군에 배치된 U2 정찰기의 대만해협 투입이 그 일환이다. 원 시어터 구상을 염두에 둔 아시아판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구상도 거론된다.
다만, 방위성 내에서도 원 시어터 구상이 섣부르다는 지적이 나왔다고 아사히신문은 보도했다. 이성원 세종연구소 외교전략센터장은 “중국 측에서도 전구 통합에 대한 설익은 논의가 나오는 상황”이라며 “우리가 섣불리 동조하거나 외교적 대응을 하기보단 신중히 관망해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권승현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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