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문가 제언
“기업 자유경쟁 환경 조성을”
정부가 15일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재정투자 확대 방안을 내놓은 데 대해 전문가들은 첨단산업 연구·개발(R&D) 경쟁력을 가로막는 획일적인 노동규제 개선 등과 같은 현장 목소리를 반영한 대책이 더욱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전 세계가 막대한 비용을 투자해 ‘반도체 총력전’에 나선 상황에서 한계가 뚜렷한 정부 차원의 투자 확대 대신 반도체 대기업과 중견·중소기업들이 글로벌 기업과 자유롭게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게 더욱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이날 통화에서 “반도체를 포함한 첨단산업 발전을 옥죄는 과도한 규제를 푸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국회에서는 반도체 산업 인프라 구축과 함께 R&D 인력에 대한 최대 주 52시간 근무 예외 적용을 명시한 ‘반도체특별법’을 논의 중이다. 하지만 주 52시간 근무 예외 조항을 둘러싼 여야 간 대립이 이어지면서 법안 처리는 차일피일 늦어지고 있다. 김 연구원은 “반도체 R&D 인력에 대한 주 52시간 근무 예외 적용은 반도체특별법 대신 상위법인 노동법에서 다뤄 R&D가 필요한 모든 산업으로 확대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도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이 기술 난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정부가 근로시간에 제약을 둬서는 안 된다”며 “획일적인 주 52시간 근무가 소부장 기업과 직원들에게 오히려 더 열악한 환경을 만들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발(發) 관세 전쟁으로 반도체 글로벌 공급망이 흔들리면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소부장 기업 육성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학과 교수는 “최근 중국의 희토류 수출 금지와 같은 반도체 공급망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반도체 소부장 기업 육성이 더욱 중요해졌다”며 “정부의 재정투자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소부장 기업과 협력을 인내심 있게 실천하는 대기업에 대한 인센티브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소부장 기업은 규모가 작기 때문에 꾸준한 자금 유입 없이는 성장이 어렵다”며 “반도체 대기업과 소부장 기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 정책은 근본적으로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기 용인·평택 반도체 클러스터에 경쟁력 있는 외국기업과 중견 ·중소기업을 유치할 방안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왔다. 김양팽 전문연구원은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같은 대기업들이 우선 클러스터에 들어가겠지만, 핵심 소재나 부품 조달과 같은 공급망 안정화 차원에서라도 외국기업과 중견·중소기업이 안정적으로 클러스터에서 안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했다.
김호준 기자, 이예린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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