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수 논설위원

구조조정 직전까지 몰린 한계기업이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코로나19 팬데믹 때보다도 많은 실정이다. 가뜩이나 경제가 초비상인데, 미국발(發) 관세 전쟁이 벌어져 우려가 크다. 당장 기업의 줄도산을 막을 정부·국회 차원의 대책이 시급하다.

전국은행연합회에 따르면 부실징후기업으로 추락할 지경까지 처해 있는 ‘위험기업’이 지난해 말 기준으로 2339곳에 달해, 전년(1887곳)보다 23.9%나 급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이던 2009년(1844곳), 코로나19 직후였던 2022년(2067곳)을 웃도는 사상 최대다. 영업이익이 3년 연속으로 금융 비용을 충당하지 못하는 기업, 자본 잠식 등 자금 사정이 악화한 기업이 크게 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시중은행들이 신용평가를 할 때 구조조정 대상으로 분류하는 C등급 직전 단계인 B등급 기업이 급증해 경기가 급속히 악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올 성장률 전망치가 0%대로 떨어진 판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미국의 관세 폭풍이 본격화됐다. 다행하게도 상계관세는 오는 7월 8일까지 유예됐다. 하지만 기본관세(10%)에다, 품목별 관세 인상 확대가 이어지는 추세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경기 하방 압력이 더 커졌다고 경고한다. 기업들의 체감 경기는 더 썰렁하다. 한국은행의 3월 기업심리지수(CBSI)는 기준치(100)를 밑도는 86.7에 그쳐, 계엄 사태 등으로 체감 경기가 악화했던 지난해 12월(87.3)에도 못 미친다. 한국경제인협회의 기업경기실사지수(BSI) 4월 전망치는 88로, 37개월 연속 기준치 이하다. 중견기업도 구조조정에 들어가는 판이다. 삼성전자 같은 초우량기업들조차 실적이 좋아졌다는 소식이 가뭄에 콩 나듯 하다. 그런데도 노동계는 무리한 보상을 요구하며 툭 하면 파업이다.

경제의 뿌리인 기업이 문을 닫으면 일자리도 보상도 다 사라진다. 구조적으로 회생이 어려운 좀비기업이 아닌 이상, 일시적인 위기에 빠진 기업, 관세 폭탄에 피해를 본 기업에 대해선 도산을 막는 게 최우선이다. 금융위원회가 최근 기업 자금 60조 원 등 100조 원 규모의 시장안정 프로그램을 발표했지만, 현장을 잘 아는 시중은행이 적극 나설 때다. 비가 올 때는 우산이 돼주는 것 또한 은행의 책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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