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충기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 前 대한토목학회장

최근 서울 강동구 명일동과 부산 사상구의 대로 한복판 도로가 큰 구덩이와 함께 붕괴되고, 경기 광명시에서는 지하철도 공사를 하던 중에 지반이 무너져내린 사고가 발생했다. 이렇게 대도시를 중심으로 땅꺼짐(싱크홀·sinkhole) 사고가 빈발하고 인명 피해까지 발생하면서 시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싱크홀은 원래 자연현상으로, 석회암지대에서 지하 암반이 지하수에 의해 용해돼 발생한 지하 공동(空洞)이 그 상부 토층과 함께 붕괴돼 나타난다. 그러나 국내 도시 지역은 대부분 석회암지대가 아니어서 그보다는 도시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즉, 싱크홀은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발생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2015년 이후 전국적으로 연 100건 이상, 2018년에는 338건이나 발생했다.

일반적으로 우리나라 싱크홀의 발생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된다.

먼저, 오래된 상하수도관의 손상이다. 전체 싱크홀의 60% 이상을 차지하는데 그중 약 80%는 하수관 손상이 원인이다. 하수관의 손상된 틈으로 뿜어져 나오는 물과 함께 흙이 침식되고 하수관으로 유입되면서 공동이 형성된다. 이후 점차 공동이 커지면서, 또는 지표면의 차량 진동 등에 의해 지표면 포장체 함몰과 함께 싱크홀이 발생한다. 상하수도관에 의한 싱크홀은 관로의 매설 깊이가 얕아 지름 1m 안팎, 깊이 1m 안팎으로 비교적 작은 규모로 발생한다.

두 번째는, 부적절한 지하 공사이다. 전체 싱크홀의 10 % 안팎으로 상대적으로 자주 발생하진 않지만 지하 공사의 굴착 깊이나 규모가 큰 만큼 그 피해도 크다. 2020년 지하터널 공사가 원인이 돼 발생한 경기 구리시 교문동의 사례와 같이 지름과 깊이가 20m에 이를 수도 있다. 규모가 커서 인명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지하 굴착 공사 사고는 설계와 시공의 부실 또는 미흡 때문이라고 판단할 수 있지만, 예측하지 못한 상황이 갑자기 발생해 나타날 수도 있다.

하지만 땅속에서 발생하는 싱크홀도 노력하면 상당 부분 대비할 수 있다. 낡은 상하수관은 적기에 꾸준히 바꾸고, 지반 탐사장비 등을 이용해 지하 공동을 찾아 손상 매설관의 교체와 함께 흙을 단단히 되메워 작은 싱크홀 발생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다. 지하 공사의 경우 안전점검 강화 등 제도를 보완해, 특히 지반이 약하거나 불확실·불규칙성이 큰 지역은 지반조사를 보다 상세하고 면밀히 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안전성을 더 강화할 수 있다. 또한, 굴착 공사 중에는 자동화된 상시 자동계측 시스템을 갖춰 시공 중 위험성을 더 빠르고 정확히 판단할 수 있게 하고, 위험 징후가 있으면 이를 실시간으로 경찰·소방 당국 등과 연락할 비상망을 구축해야 한다.

이러한 대책은 당연히 예산 확보를 전제로 한다. 우리나라도 선진국인 만큼 사회안전망을 그에 걸맞게 구축해야 한다. 정부의 예산편성에서 후순위로 밀려나고 점차 줄어드는 인프라 예산 중에서 안전 관련 예산은 충분히, 선제적으로 확보하는 게 절대로 필요하다.

점차 늘어나는 대도시의 지하 공간 개발을 비롯한 다양한 도시화 사업, 그리고 기후변화로 인한 태풍과 집중호우 빈도의 증가 등으로 인해 싱크홀 같은 재해 발생 가능성은 우리의 예측보다 빠르게 커진다. 정부와 국민이 더 적극적이고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정충기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  前 대한토목학회장
정충기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 前 대한토목학회장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