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

 

‘3김 여사’ 정치적 사법적 수난

이번 대선에도 논란 증폭될 것

제2부속실 투명성 확보가 과제

 

私人이지만 公人 활동 불가피

미국처럼 법적 근거 마련하고

예우와 책임 등 통제받게 해야

6·3 대선에 출마하기 위해 당 대표직에서 사퇴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가장 먼저 한 일은? 배우자 김혜경 여사를 보좌할 배우자 비서실장과 배우자 수행실장으로 당 소속 정을호 백승아 의원을 각각 내정한 일일 것이다. 그만큼 대선에서 ‘배우자 리스크 관리’가 중요해졌음을 뜻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각종 의혹으로, 이번 대선에서도 이른바 ‘배우자 리스크’가 승패의 중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표로서는 경선 단계부터 부인과 관련된 이슈를 철저히 관리해 지난 대선의 패배에 영향을 준 ‘김혜경 씨 법인카드 논란’ 같은 리스크를 더는 허용하지 않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시중에 김정숙·김건희·김혜경 ‘3김 여사’ 수난 시대라는 말이 유행한 지 오래다. 어쩌다가 이런 수난을 감당하게 됐을까?

김민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해 5월 7일 야당이 요구하는 김건희 여사 관련 특검법과 함께 당시 민주당 이 대표의 배우자 김혜경 여사와 문재인 전 대통령의 배우자 김정숙 여사에 대한 특검을 추진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이래저래 영부인과 ‘대권’ 주자 부인 ‘모시기’가 대통령 못잖게 힘들어진 게 사실이다. 사인(私人)이 공인(公人)으로 산다는 게 쉽지 않다. 대선 주자들은 이 딜레마를 해결할 대안을 정책 공약으로 제시해 국민에게 자질을 검증받을 필요가 있다.

한국 정치는 민주화의 상징으로 대통령 직선제를 쟁취했으면서도 대통령을 보좌해 온 배우자의 공적 역할을 방치하며 사달을 키웠다. 이런 미비점이 부패 비리로 연결돼 역대 대통령들을 위기에 빠뜨렸는데도 정치권은 대안 제시에 무능했다. 지난 문·윤 정부에서 여야 정치권은 ‘최순실 국정농단’이 벌어지고 부패 비리로 연결된 ‘제2부속실’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미국의 ‘퍼스트레이디법’과 같은 초당적인 법적 조치를 하지 않았다.

그동안 역대 대통령은 제2부속실을 통해 영부인의 리스크 관리를 해왔지만 사실상 실패했다. 그것은, 갈수록 커지는 영부인의 위상에 부합하는 사업비와 활동비를 제2부속실이 감당하거나 관리하기 힘들었기 때문이 아닐까. 즉, 제2부속실은 영부인을 보좌하는 비서진에게는 급여와 출장비 등을 주지만, 공무원이 아닌 영부인에겐 사업비와 유지비를 투명하게 제공할 수가 없다. 지금까지 관행은 영부인이 참석하는 공식 행사는 경비 일부를 해당 부처가 함께 부담하거나 비서실 특수활동비로 충당해온 게 사실이다. 법률에 근거한 영부인의 지위와 역할 및 예산을 배정하지 않는 한 영부인 활동비가 투명하지 않다는 말은 계속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다.

우리나라에서 대통령 부인은 흔히 퍼스트레이디(영부인)로 불린다. 하지만 법률상의 공식 직책은 아니다. 그래서 의전과 예우 규정은 있지만, 법적 책임과 권한이 없다. 이번 6·3 대선에서 어느 누가 당선되든 대통령의 배우자가 사실상의 공적 역할을 수행하는데도 그를 법의 통제 밖에 두는 것은 민주공화국의 원리와 법치주의에 부합하지 않는다. 어느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든 앞으로도 그의 배우자는 관행적으로나 정치·외교적으로나 그에 걸맞은 역할과 행동을 요구받을 수밖에 없다.

우리와 달리 미국은 배우자의 공직 부여에 대해 명확한 법적 근거가 있다. 미 연방법(USC) 제3편 제105조는 ‘대통령의 의무와 책임을 수행하는 데 대통령의 배우자가 대통령을 지원하는 경우 대통령에게 부여되는 지원 및 서비스가 대통령의 배우자에게도 부여된다. 대통령이 배우자가 없을 경우 이러한 보조 및 서비스는 대통령이 지정하는 가족에게 제공된다’라고 규정한다.

영부인이 국정을 이끌어 나가는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비공식적인 제1 참모라고 할 때, 대통령의 배우자로서 이행해야 할 공적 역할과 책임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법적으로 그에 부합하는 역할과 책무가 주어지는 게 상식이지 않겠는가?

따라서 이번 대선 주자들은 가칭 ‘영부인 관리지원법’(대통령 배우자의 공적 역할에 대한 법적 근거와 지원조직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정에 적극 앞장서야 한다. 배우자의 법적 지위와 책무, 보좌 인력, 예산 지원 등을 법에 명문화하길 바란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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