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대선 레이스에서 사실상 독주 중인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경제 행보를 이어가면서 공약도 쏟아낸다. 그동안 민주당의 반(反)기업 편향을 우려했던 경제계는 물론 다수 국민도 바람직한 변화로 받아들인다. 그러나, 기존의 민주당 정책과 상충하거나, 자칫 포퓰리즘으로 흐를 위험성도 없지 않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 전 대표는 14일 SNS에 “인공지능(AI) 투자 100조 원 시대를 열고 AI 3대 강국으로 우뚝 서겠다”고 밝혔다. 대선 출마 선언 후 첫 번째 공약이다. “AI 핵심 자산인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최소 5만 개 이상 확보하겠다”고도 했다. 업계가 정부에 AI 개발 인프라 구축을 요구해왔던 일이니 반길 일이지만, 그간 이 전 대표의 말 뒤집기나 당의 기조를 따져보면 믿음보다 의구심이 앞선다. 이 전 대표는 모든 국민이 선진국 수준의 AI를 무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모두의 AI’ 구상도 밝혔다. “한국형 챗GPT를 전 국민이 사용토록 하겠다”며 ‘AI 기본사회’를 강조했는데, 경기지사 시절의 배달 공공 앱을 연상시킨다는 지적이 많다. 수수료를 해결하겠다며 공공 앱을 만들었지만, 큰 폭의 적자만 남긴 실패작이 된 게 현실이다.

이 전 대표는 “AI 전용 신경망처리장치(NPU) 개발과 실증을 적극 지원해 기술 주권을 확보하겠다”고도 했는데, 이는 연구·개발 인력의 집약적인 운용이 필수적이다. 반도체 부문의 주 52시간 예외 특례에도 긍정적 입장을 밝혔다가 노동계가 반발하자 말을 바꿨던 이 전 대표다. 정부와 기업이 할 일이 따로 있다. 정부 주도로 국민이 참여하는 AI 펀드를 통해 ‘K-엔비디아’를 육성하고 성과를 나누겠다는 구상도 마찬가지다. 초격차를 다투는 분야에 대한 국영 기업 발상으로 접근하면, 결과는 뻔하다.

AI 발전은 전력 공급의 안정적 확보가 절대적이다. 민주당 미래경제성장전략위원회 등은 15일 대전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원전 산업 종사자들과 현장 간담회를 갖는다. 기존 탈원전 기조와는 차별화하려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전 대표는 더는 오락가락하지 말고, 주 52시간 문제와 탈원전에 대해서라도 명확한 입장을 밝히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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