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동권리옹호 Child First

정읍사회복지관 ‘다락’프로그램

 

이주배경 아동과 부모들 모여

자기 이해·권리 교육 등 받아

 

목공·케이크 제작 등 적극 체험

참여자 사회성 12% 향상 성과

“피부색 달라도 우린 한국인”… 정체성 찾고, 자존감 올려요[아동권리옹호 Child First]
“피부색 달라도 우린 한국인”… 정체성 찾고, 자존감 올려요[아동권리옹호 Child First]

타향살이는 다 큰 성인에게도 서글픈 일이다. 나는 이해하기 어려운 그들만의 표현들, 무수히 마주하는 경계 섞인 낯선 시선…. 하지만 이곳이 분명 내 고향임에도 이러한 시선을 받는다면 그 설움은 배가될 것이다. 내가 나고 자랐지만 부모가 외국인이란 이유로 섞이지 못하고, 어느 곳이 나의 고향인가 끝없는 혼란 속에 살게 되는 이방인의 삶. 바로 이주배경 아동의 현실이다.

초록우산은 이주배경 아동이 자신의 권리를 되찾고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전북 정읍사회복지관의 ‘다락(多樂)’ 프로그램을 2024 초록우산 공모사업으로 선정했다. 지난해 3∼10월 진행된 이 사업의 골자는 이주배경 아동의 사회성을 향상하고, 가족 기능을 강화하는 것이다.

정읍에 거주하는 이주배경 초등학생 10명과 이들의 주 양육자 10명이 사업에 참여했다. 참석자들은 먼저 아동권리교육을 받으며 이주배경 아동이 놓치기 쉬운 아동 권리에 대해 배우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자칫 ‘이주배경 아동’이라는 카테고리에 스스로를 묶어 생각하기 쉬운 아이들을 위해 성격 유형검사인 MBTI, 상호이해 프로그램 등을 8회에 걸쳐 실시하며 아이들이 자기 자신과 친구들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나’를 안 다음에는 ‘나의 뿌리’를 알아보는 시간도 진행됐다. 아이들은 여러 나라의 음식을 만들며 세상에 다양한 문화가 있음을 깨달았고 친구들과 함께 만드는 시간을 통해 공동체 의식도 함양했다.

“피부색 달라도 우린 한국인”… 정체성 찾고, 자존감 올려요[아동권리옹호 Child First]
“피부색 달라도 우린 한국인”… 정체성 찾고, 자존감 올려요[아동권리옹호 Child First]

외국인 부모를 둔 A는 다락 프로그램의 참여 아동 중 한 명이었다. 아이는 프로그램에 처음 참여했을 때 또래 친구들보다 활동에 집중하지 못하고, 행동도 현저히 서툴러 눈길을 끌었다. 자신감도 부족해 화장실에 혼자 가는 것조차 어려워했다. A는 항상 “선생님, 저는 못하겠어요”라고 말하곤 했다. 그러던 A가 어느 순간 달라졌다. 선생님이 ‘각 나라 음식 문화 알아보기’ 프로그램을 위해 옆에서 함께 칼질을 해주며 도와주자 점차 “제가 할게요”라고 나서기 시작했다. 특히 소방관들을 응원하는 편지·그림을 그리는 프로그램에서는 그림을 3장이나 그려 소방서에 직접 전달하기도 했다. A는 목공 프로그램을 가장 재밌어하며 선생님에게 적극적으로 “또 하고 싶다”는 의사를 표현하기도 했다.

A의 사례는 자신감을 잃기 쉬운 이주배경 아동에게는 아주 큰 변화다. 특히 수동적 태도에서 벗어나 스스로 하겠다고 의사 표현을 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이는 A뿐 아니라 다른 프로그램 참여 아이들에게서도 관찰됐다. 사회성 척도를 평가도구로 활용해 프로그램 사전·사후 결과를 측정한 결과, 이주배경 아동들의 사회성이 평균적으로 12.74%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주배경 아동들의 변화는 이들의 가족관계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특히 복지관은 부모교육 등을 통해 부모들이 자녀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는데 큰 도움이 됐다는 평가다. 실제 가족사정 도구 척도를 사용해 분석 결과 가족사정은 8.12% 향상됐다. 복지관 측은 “프로그램에 참여한 후 가족 기능이 개선됐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주배경 아동과 양육자들이 일상에서 더 많은 즐거움을 느끼게 됐다는 것도 이번 프로그램의 중요한 성과 중 하나다. 피드백을 받은 결과 프로그램에 참여한 가족들은 “평소 경험하기 어려웠던 활동을 할 수 있어 매우 만족스러웠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프로그램을 통해 오랜만에 가족여행을 가고, 생일이 아닌 데도 케이크를 만들어보며 일상 속 행복을 느꼈다고 했다. 정읍초등학교와 파트너십을 형성한 것 역시 하나의 성과다. 학교 측은 아이들이 복지관으로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이동수단을 제공하기도 했다. 다만 주 양육자가 외국 국적일 경우 소통이 어렵다는 점은 여전한 과제로 남았다.

복지관 측은 “다양한 경험을 통해 아동들의 자아존중감, 사회적 역량 강화에 기여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김현아 기자 kimhaha@munhwa.com

문화일보 - 초록우산 공동기획

김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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