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헝가리 의회에서 성소수자를 겨냥한 헌법 개정안이 통과된 뒤 시위대들이 수도 부다페스트의 체인 다리에서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14일 헝가리 의회에서 성소수자를 겨냥한 헌법 개정안이 통과된 뒤 시위대들이 수도 부다페스트의 체인 다리에서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극우 성향 정부가 집권 중인 헝가리가 성소수자 권리를 제한하는 내용을 헌법에 명문화했다. 성소수자 억압을 잇달아 법제화했던 헝가리 정부가 헌법까지 개정하면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4일 AP,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헝가리의회는 이러한 내용을 담은 헌법 개정안을 찬성 140표, 반대 21표로 의결 정족수(3분의 2)를 넘겨 가결했다. 개정된 헌법에는 “아동의 신체적, 정신적, 도덕적 발달에 대한 권리가 생명권을 제외한 다른 모든 기본적인 권리보다 우선한다”고 명시했다. 아동 보호 명분으로 성소수자의 표현 및 집회의 자유를 제한, 금지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개헌안에는 ‘아버지는 남성이고 어머니는 여성이다’라는 문구가 담겨 다양한 가족 형태를 인정하지 않는 내용도 담겼다.

전문가들은 이번 개헌이 성소수자뿐만 아니라 빅토르 오르반 정권의 정치적 반대자들을 탄압하는 데 악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번 헌법 개정안은 오르반 총리가 이끄는 극우 여당인 피데스-기독민주국민당(KDNP) 연합이 발의했다. 2010년 이래 4연임하며 장기 집권 중인 오르반 총리는 성소수자들에 대한 혐오발언을 일삼았고 권리 제한을 잇달아 법제화했다. 지난달 21일에는 성소수자 권익을 옹호하는 거리 행진이 아동에게 해로운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이유로 성소수자 행진금지법을 통과시켰다. 일각에서는 2026년 대선을 앞두고 오르반 정권이 성소수자를 희생양 삼아 보수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이종혜 기자
이종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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