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차 세종특별정책포럼 ‘한국 핵무장 담론의 쟁점과 과제’ 연합뉴스 연우홀
정성장 “한미원자력협정 개정…주한미군 감축 시 한국 자체 핵무장 추진”
이상현 “핵과 원자력 이용 확고한 국가전략 국민적 공감대 확보 급선무”
전성훈 “핵 혁명이 초래한 역사적 패러다임 전환기…핵시대에 걸맞은 국가안보태세 구축”
조성렬 “워싱턴선언 보완해 ‘데프콘-2 발령 때 미 전술핵무기 韓 긴급 배치’ 공약 추가”
북한의 핵무장 고도화와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미국의 확장억제 신뢰도 약화 우려 등 국제안보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 속에서 한국의 미래 외교안보 옵션에 대해 기존의 금기를 넘어서서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세종연구소는 한반도 핵시대라는 안보환경 변화를 배경으로 자체 핵무장과 미국 전술핵무기 등 다양한 대안을 놓고 전문가들의 현실적 평가와 전략적 제언을 청취한다.
세종연구소는 16일 서울 중구 연합뉴스빌딩 17층 연우홀에서 ‘한국 핵무장 담론의 쟁점과 과제’를 주제로 2025년 제1차 세종특별정책포럼을 개최한다. 포럼은 자체 핵무장과 전술핵 재배치를 주제로 한 두 개의 세션으로 구성된다.
김현욱 세종연구소장의 사회로 열리는 제1세션에서는 정성장 세종연구소 한반도전략센터장과 이상현 수석연구위원이 발제자로 나선다.
정성장 센터장은 미리 공개한 ‘북한의 대남 핵 위협과 한국의 자체 핵 억제력 확보 전략’ 주제 발표문에서 “대한민국은 전 세계에서 핵무기 위협에 가장 심각하게 노출된 국가”라며 “서울 상공에서 만약 250kt(킬로톤) 위력의 수소폭탄이 터지면 순식간에 약 78만 명의 사망자가 발생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는 6·25전쟁 3년간 발생한 한국측 사망자 수의 2배 이상에 달하는 피해 규모다.
그는 “북한이 핵EMP(전자리펄스)탄을 3개만 터뜨려도 전국 대부분의 전압시설과 전자부품이 파괴될 것”이라며 “북한이 만약 한국을 공격한다면 핵EMP탄으로 먼저 공격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그는 북한이 2030년까지 최대 166~300여 발 정도의 핵탄두를 보유하게 될 것으로 추정했다. 정 센터장은 “북한의 핵무기가 생존용이라면 북한에게 이만큼 많은 핵무기가 필요 없을 것”이라며 “북한은 한반도 유사시 미국의 군사적 개입을 막기 위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계속 발전시키고 있어 미국의 확장억제에 대한 신뢰도가 계속 약화되고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그는 “한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를 수용하면서 일본 수준의 핵잠재력을 확보하기 위해 한미원자력협정 개정을 끌어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이어 “만약 미국이 주한미군을 감축하거나 철수한다면 자체 핵무장을 추진해야 할 것”이라며 “동시에 미국에 의존적인 기존의 한미동맹 1.0을 양국이 핵과 해군력, 방산 분야에서 전략적으로 협력하는 한미동맹 2.0으로 업그레이드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2번째 발제자인 이상현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한국 핵무장의 효용과 비용’ 제목의 발제문에서 핵무장에 대한 조심스런 입장을 제시했다.
그는 한국이 독자 핵무장의 길을 선택할 경우 우리에게 초래될 비용 세 가지를 제시했다. 첫째는 정치·외교적 리스크로서 현행 국제 핵비확산 레짐 위배에 따른 국제사회의 제재, 비확산 관련 미 국내법 및 행정명령에 의한 제재가 수반될 것이다. 그는 “중국 또한 한국에게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에 버금가는 경제적 압박을 가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시했다. 둘째는 경제적 코스트이다. 그는 “한국이 받을 정치·외교적 제재는 곧 경제적 코스트로 이어진다”며 “ 한국의 핵개발은 1990년대말 외환위기에 못지않은 경제적 코스트를 초래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셋째는 기술적 코스트이다. 현재 국내 원전 부지에 저장중인 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해 플루토늄을 추출하고 이로써 핵무기를 만드는 것은 상당한 기술적 어려움이 따르고, 고농축우라늄(HEU)을 기반으로 핵무기를 만들 경우 농축시설 건립부터 실제 핵무기 제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는 분석이다.

이 수석연구위원은 “핵무장론은 우리의 농축, 재처리 기술의 현 수준에 비해 개발소요 시간을 과소평가하고, 특히 국민들이 감내해야 할 비용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한국이 핵무기를 갖게 될 경우 초래될 안정·불안정 역설로 인해 핵무기가 한국을 더 안전하게 해주지 못한다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 한국이 핵 옵션과 관련해 조금이나마 미국으로부터 자율성을 가지려면 무엇보다도 핵과 원자력 이용에 대한 확고한 국가전략(national plan)과 국민적 공감대부터 확보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주장했다.
이 주제 토론에는 전봉근 세종연구소 객원연구위원·한국핵정책학회장, 김지용 해군사관학교 국제관계학과 교수, 이병철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이정규 세종연구소 객원연구위원·전 스웨덴 대사가 참여해 자체 핵무장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공유할 예정이다.
제2세션 ‘미국의 전술핵무기 재배치, 가능하고 바람직한가?’는 신범철 세종연구소 안보전략센터장의 사회로 진행된다.
전성훈 세종연구소 객원연구위원은 미리 공개된 ‘비핵화시대 종언, 핵시대 개막’ 제목 발제문에서 “한반도는 핵시대에 들어섰다. 노태우 정부에서 윤석열 정부에 이르기까지 8명의 대통령이 ‘남과 북의 핵포기’를 골자로 하는 비핵화 외교를 추진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고 운을 뗐다. 그는 “북한이 핵을 독점함으로써 발생한 남북한 간의 심각한 전략적 불균형이 오늘의 현실”이라며 “북핵은 국가 존립을 위태롭게 할 수 있는 위협이다. 일반 국민의 90%가 북한의 핵포기 가능성을 믿지 않고, 70%가 비핵화 외교를 뛰어넘는 특단의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 연귀위원은 “대한민국은 핵의 혁명이 초래한 역사적인 패러다임 전환의 시기에 있다”고 단언했다. 그는 “ 최선의 선택지가 없는 상황에서 국론을 모아 가장 덜 나쁜 선택지를 찾아야 한다”며 “기존의 타성과 고정관념을 버리고 과거 실패에 대한 자성과 성찰을 토대로 핵시대에 걸맞은 국가안보태세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마지막 발제자인 조성렬 경남대 군사학과 초빙교수는 ‘남한지역 핵무장론과 한반도 비핵화의 길-주한미군 핵무장론을 중심으로’ 제목 발제문에서 “북핵에는 핵으로만 대응 가능한가? 폭발력으로만 본다면 이 말이 맞지만, 살생력을 고려하면 현 북한의 저위력 핵무기에 대해 현무-V로도 맞대응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조 교수는 “주한미군의 전술핵무기 보유는 남한 전역이 새롭게 중·러의 핵미사일 목표에 포함됨으로써 한국의 안전을 오히려 위험하게 만들 수 있다”며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식 핵공유는 한국이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해야 가능하기 때문에, 미국이 동의하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동의하더라도 국제사회에서 북한과 똑같은 불량국가로 낙인찍히고 유엔안보리 제재대상이 된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그는 “그렇다고 현무-V만으로 한국이 안전하다는 뜻은 아니다. 현무-V는 보복력일 뿐 억제력이 아니기 때문”이라며 “워싱턴선언을 보완해 ‘데프콘-2 발령 때는 미 전술핵무기를 남한지역에 긴급 배치한다’는 공약을 추가해 대북 핵억제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제안을 내놓았다. 이어 “아울러 북핵협상을 조기에 재개해 북한의 오판을 막으면서 단계적인 위협감소로 완전한 비핵화를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토론에는 이호령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 김태우 한국군사문제연구원 핵안보실장, 이수형 평화재단 연구위원, 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이 참여해 미국의 전술핵무기 재배치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공유할 예정이다.
정충신 선임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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