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22일 개막

 

입문자, 윤보선고택 공연 추천

예술의전당선 클래식·팝 조화

 

중급자라면 ‘20 for the 20th’

‘20’ 주제로 20명 음악가 무대

 

축제 단골이라면 ‘5중주’ 도전

한번도 연주 안된 작품 공연도

오는 22일 개막하는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해마다 완연한 봄이 왔음을 알리는 국내 대표 클래식 축제로, 올해 스무 해를 맞았다. 다음달 4일까지 13일간 총 14회의 공연을 선보이며, 국내외에서 활약하는 69인의 예술가들이 무대를 준비하고 있다. 사람으로 치면 약관. 축제를 20년간 이끈 바이올리니스트 강동석 예술감독은 “끝없는 기쁨과 깊은 감동의 시간”이라는 말로 소회를 밝혔다. 귀로 만끽하는 봄. 축제를 충만하게 즐길 수 있도록 클래식 애호 지수에 따른 무대를 추천한다.

바이올리니스트 강동석이 올해도 예술감독을 맡았다.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제공
바이올리니스트 강동석이 올해도 예술감독을 맡았다.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제공

◇실내악이 뭐예요? 클래식 입문자·초급 애호가에겐 고택음악회·가족음악회 추천 = 20년이나 된 축제지만, 처음 듣는 이도, 또 ‘실내악’이 뭔지 잘 모르는 이들도 있다. 실내악은 2∼10명 내외 연주자가 지휘자 없이 함께 만들어가는 소규모 공연이다. 클래식계엔 ‘실내악은 연주자만 좋아한다’는 말도 있는데, 이는 극적이고 박진감 넘치는 오케스트라 공연에 비해 실내악은 음악의 구조에 집중하기 때문에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어서다. 따라서, 입문자 혹은 초급 클래식 애호가라면 공연을 보다 신중하게 골라야 실내악이란 벽을 넘어갈 수 있다.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에서 가장 빨리 매진되는 무대가 입문자를 위한 공연이다. 예컨대, 26일 윤보선 고택에서 열리는 ‘고택음악회’는 장소가 주는 고즈넉함만으로도 충분히 선택할 이유가 된다. 또한 주제 역시 요즘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지는 ‘영성’이다. 멘델스존 피아노 3중주 제2번 c단조, 프라이스 피아노 5중주 a단조 등을 선보인다. 프라이스는 흑인 영가와 미국 민속 음악에서 영감을 얻었으며, 멘델스존은 마지막 악장에 시편을 사용했다.

같은 날 저녁 예술의전당 IBK 기업은행 체임버홀에서 열리는 가족음악회도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쉽고 친근한 목록들로 이뤄져 있다. 다양한 클라리넷으로 환상적인 화음을 만들어내는 그룹 ‘레봉벡’이 헨델과 거슈윈, 비틀스와 마이클 잭슨 등 시대를 넘나드는 흥겨운 음악을 선사한다.

중급자로 도약하고 싶은 관객이라면, 지난 20년간 가장 많이 연주되며 사랑받은 ‘최애곡’ 무대에 도전해 보는 것도 괜찮다. 29일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의 ‘올 타임 페이버릿’에선 베버의 피아노, 플루트, 첼로를 위한 3중주, 슈만의 피아노 5중주 등이 준비돼 있다.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의 지난 공연들.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제공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의 지난 공연들.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제공

◇환상곡·‘20’을 주제로 한 무대… 중급자를 위한 공연은 = 클래식 애호 지수가 중급 이상 된다면 20주년을 맞이한 이번 축제가 ‘20’을 주제로 해 기획한 공연 등에 관심을 기울여 보자. 20주년을 축하한다는 의미에서 20명의 음악가가 펼치는 공연 ‘20 for the 20th’(23일, 이하 예술의전당)에서는 베토벤 피아노 3중주가 펼쳐지며, 작품 번호 20번만을 고른 ‘Opus20’(27일)에서는 브람스, 멘델스존, 베토벤 등의 작품이 소개된다. 또, 작곡가들이 20대에 만든 음악을 20대 연주자들이 선보이는 ‘달콤한 20대’(5월 3일)도 흥미로운 무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베토벤의 피아노와 목관을 위한 5중주, 슈베르트의 ‘시든꽃’을 주제로 한 플루트와 피아노를 위한 서주와 변주 등이 젊은 연주자들만의 감각으로 새롭게 태어난다.

20여 년 전 축제 초창기를 회고하는 무대도 있다. 25일 예술의전당 IBK 기업은행 체임버홀에서는 ‘초창기 시절’을 주제로 모차르트 오보에 4중주, 생상스의 트럼펫, 현악 5중주와 피아노를 위한 7중주 등이 흐를 예정이다. 이와 함께, 다양한 환상곡만으로 꾸려진 무대도 있다. 내달 2일 같은 장소에서 이 대회 예술감독인 강동석이 문지영과 함께 슈베르트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환상곡 C장조를 선보인다. 또, 김규연 등 5명의 연주자들이 라프의 피아노 5중주를 위한 환상곡 g단조를 연주한다.

◇20년째 단골이라면… 상급자를 위한 ‘경이로운 신세계’ = 20년이면 한 아이가 태어나 성인이 될 시간. 피아니스트 조성진, 선우예권, 김선욱, 손열음, 그리고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까지, 세계 무대에서 활동하는 클래식 슈퍼스타들을 일찌감치 발굴했던 축제는, 이제 완숙한 단계에 접어들었다. 그 성장 과정을 가까이에서 지켜본 이라면 이제 애호의 수준을 한 단계 더 올릴 수 있는 공연에 도전하자. 현악 4중주팀들이 5중주 무대를 꾸린다고 하니 귀가 솔깃하다. 이른바 ‘콰르테츠 포 퀸테츠’(24일, 예술의전당). 아벨 콰르텟, 아레테 콰르텟, 리수스 콰르텟 등이 모차르트의 클라리넷 5중주, 브람스의 현악 5중주, 쇼스타코비치의 피아노 5중주 등을 들려준다.

‘Eye-Openers 경이로운 신세계’(30일, 세종문화회관)도 높은 감상 난도를 견뎌낼 이들을 위한 공연이다. 그동안 간과된 작품들로, 앞으로 더 잘 알려질 가치가 있는 곡들을 엄선했다. 슈베르트 피아노 3중주 ‘소나텐자츠’, 유페로프의 피아노 3중주 c단조, 풀랑크의 호른, 트럼펫, 트럼본을 위한 소나타 등이다.

박동미 기자
박동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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