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안 인터뷰 - 양오봉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신임 회장
대부분 의대 복귀율 절반 미만
늦어도 이달말 유급예정 통지
학칙 따른 조치… 조속 복귀를
모든 상황 테이블에 두고 논의
사태 장기화땐 수업·실습 차질
피해는 학생·국민들에 돌아가
대학, 16년간 등록금 동결 지속
교육여건 개선 위해 인상 필요

교육은 백 년을 내다보는 일이라고 한다. 아이 한 명을 ‘사람’으로 키워내기 위해선 향후 백 년을 계획하고, 그 백 년 동안 쉼 없이 공을 들여야 한단 의미다. 하지만 2025년 현재, 대학의 시계는 1년 3개월째 의대 앞에서 멈춰 있다. 전국 40개 의대 상당수가 의대생들의 ‘동맹휴학’ 탓에 몸살을 앓으며 여파가 대학가로 확산하고 있다. 당초 반발의 이유가 정부의 의대 증원 문제였던 의대생들은 내년도 의대 모집인원을 증원 전 수준으로 돌려주겠다고 하자 ‘의대 교육 질 저하’를 명분으로 수업을 거부하고 있다. 정부가 ‘의대 교육 정상화 방안’을 내놓자 이번에는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를 철회하라고 주장한다. 그러면서도 자신들을 유급·제적하면 ‘불법’이라 말한다. 다른 전공 학생들이 “의대만 특혜를 주냐”며 학교에 불만을 제기하는 대목이다.
지난달 14일 취임한 양오봉(전북대 총장)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제29대 신임 회장의 ‘입’에 눈길이 쏠리는 이유다. 그는 의대가 있는 대학 총장들의 모임인 ‘의과대학 선진화를 위한 총장협의회(의총협)’ 공동회장도 맡고 있다. 지난 2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만난 양 회장은 “학생들도 이제 냉정하게 상황을 보고, 심사숙고해달라”며 절절한 호소를 쏟아냈다. 저출산·인구 고령화로 인한 지역대 위기, 등록금 현실화 문제 등 현안에 대한 견해도 제시했다.
―의대생들이 어느 정도 수업에 돌아온 것으로 파악하고 있나.
“절반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서울대는 전원 복귀해 수업이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고, 연세대와 고려대가 50%를 넘나드는 정도다. 나머지 대학은 그보다는 못한 상황이다.”
―실질적인 수업 정상화를 위해선 학생들이 어느 정도 돌아와야 하나.
“일반적으로 절반은 넘고, 한 60% 정도 돼야 ‘정상복귀’로 볼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 그 정도는 돼야 나머지 학생들이 돌아오지 않더라도 수업이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의료인력도 배출할 수 있다. 원래는 ‘전원’이라고 말했지만, 결국 국민, 대학에 계신 분들이 ‘합리적이다’라고 볼 수 있는 선이 있다고 본다. 그러나 절반 미만은 좀 미흡하지 않나. 걱정이 많이 되는 상황이다.”
―학생들이 수업에 돌아오지 않으며 대규모 유급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정상적인 일정으로 보면 대다수 대학은 오는 17일이 수업일수의 2분의 1선이다. 개강을 늦게 한 학교가 있어서, 늦어도 4월 말까지는 (유급 예정) 통지가 갈 거다. 복귀하지 않은 학생들은 유급 통지를 받을 수밖에 없다. 학칙에 따른 조치다. 학생들에게 호소하고 싶다. 무엇을 이루기 위한 것인지, 정말 심사숙고해야 한다고 말이다. 지금 대학은 ‘유급을 시키겠다’는 것이 아니다. 학생들이 돌아와서, 정상적 교육을 통해 의료인으로 성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부 학생들은 이를 ‘협박’이라고 말한다. 아니다. 돌아와 달라고 호소하는 것이다. 지금 학칙을 적용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달 7일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함께 2026학년도 모집인원을 증원 이전 수준인 3058명으로 동결하자는 데 뜻을 같이했다. 전제조건은 학생들의 ‘전원 복귀’였다. 복귀율이 절반 미만이 되면 어떻게 되나.
“국민 앞에 약속했던 것이니 안 지킬 수는 없다. 학생들도, 정부도, 대학도 약속을 지켜야 하는 것이다. 이 전제라는 것이 최소한의 요구다. 학생들이 들어와 공부하고, 정부에 건의할 사항이 있으면 같이 논의하며 합의를 이끌자는 거다.”
―증원분이 반영된 ‘5058명’으로 다시 돌아갈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인가.
“모든 상황이 테이블 위에 올라와 있는 거다. 어떤 것은 배제하고, 어떤 방향으로 정하고 아직 그런 단계는 아니다. 사실 모집인원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는 이제 심각하게 해봐야 한다, 그렇게 보고 있다. 논의를 안 하고 일방적으로 정할 수는 없지 않은가. 모집인원을 최종 결정하려면 대학 내 절차가 있기에 시간이 많지 않다. 오는 18일 (출석상황)까지가 마지노선이 아닌가 생각한다.”
―의대 증원 계획에 맞춰 예산을 투입했던 학교들은 타격이 있을 것 같다.
“전북대만 해도 올해만 교수 32명을 더 뽑는다. 건물도 2개를 짓는다. 700억 원 정도가 들어간다. 그런데 의대생들이 돌아오지 않으며 지난해 적자가 60억 원 난 상황이다. 전체 대학으로 생각하면 등록금만 해도 700억∼800억 원 마이너스가 났을 거다. 병원 적자도 마찬가지다. 그래도 의학교육의 선진화를 위해 선(先)투자한 거다. 그렇기에 정부도 국립대, 사립대를 막론하고 전폭적으로 지원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정부에 요구할 계획이다.”

―의대생들의 미복귀가 장기화하며 전반적인 대학 학사운영에도 차질이 빚어질 듯하다.
“학생들이 수업을 계속해서 거부할 경우 내년 24·25·26학번이 동시에 수업을 듣게 되는 ‘트리플링’이 불가피해진다. 수업 운영, 실습 환경 조성, 교육의 질 유지 방안 마련에 깊은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 타 학과와의 연계 교육, 병원 실습 과정 등에서도 차질이 빚어져 대학 전체 학사운영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학사운영과 관련된 모든 일정과 기준은 각 대학의 학사규정과 원칙에 따라 공정하게 적용될 수밖에 없다. 미복귀 상황이 지속되면 결국 피해는 학생과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다.”
―한국에서는 의대 선호 현상은 있지만, 중국에서 혜성처럼 등장한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와 같은 AI 인재는 좀처럼 나오지 않고 있다.
“딥시크 창업자 등 융복합형 AI 인재들은 단순히 기술적 역량을 갖출 뿐 아니라, 인문학·사회과학·공학 등 다양한 학문 간 경계를 넘나들며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능력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먼저 우리나라의 경우 의대 쏠림 현상으로 최상위권 학생들이 AI, 공학, 자연과학 분야보다 의대로 진학하는 경향이 크다. 그러다 보니 이공계 기반 학문과 산업에 필수적인 인적 자원이 점점 고갈되고 있다. 한국 사회 전반에 뿌리내린 직업적 안정성과 소득 중심의 가치판단이 반영된 결과다. 또 AI·반도체 인재 육성을 위한 정부의 재정·행정적 지원과 투자도 아직까지 미흡한 실정이다.”
―사회적 분위기가 만들어지길 기대하는 수밖에 없나.
“사실 진짜 문제는 제조업이다. 내가 81학번으로 대학에 입학할 때 전북대 의대와 전북대 치대를 장학생으로 합격했다. 하지만 나는 공대(고려대 화학공학과)를 갔다. “전 세계를 돌아다녀 보자.” 그 생각 하나였다. 다른 동기들도 다 그렇게 왔다. 지금 삼성전자, 현대자동차의 경쟁력은 다 그 사람들이 만든 거다. 그 이후 어떻게 됐나.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 미국도 지금 제조업 없이 국가가 버틸 수 없다고 판단해 제조업을 다시 일으키려 하지 않나. 제조업을 이끌 이공계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장학금도 주고, 정착할 수 있도록 거주지도 해결해주는 그런 혜택을 줘야 한다.”
―등록금 얘기를 안 할 수가 없다. 취임 시작부터 ‘등록금 인상 문제를 반드시 해결하겠다’고 내걸었는데.
“등록금은 현실화해야 한다. 거점 국립대인 전북대의 1년 학비가 450만 원이다. 그중에 3분의 2 정도를 장학금으로 돌려준다. 즉 학생으로부터 1년에 120만 원, 한 달에 10만 원 받는 꼴이다. 미국처럼 ‘교육강국’이 되려면 적정한 학비를 받아야 한다. 국립대 기준 1000만 원, 사립대는 2000만 원 정도가 돼야 한다. 지금부터 5%씩 올리면 15년은 걸린다. 그 정도는 허용해주는 것이 맞지 않나. 또 국가장학금 2유형 지원을 등록금과 연계하는 것은 개선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년에 등록금을 인상하는 대학이 늘어날 것으로 보는가.
“벌써부터 내년 등록금 인상을 논의하는 것이 조심스럽지만, 교육여건을 개선하고 교육의 질을 높여달라는 학생들의 직접적 의견이 제시되고 있을 만큼 현재 대학의 재정이 매우 어렵다. 16년간 등록금 동결이 지속되며 상황이 심각해졌기 때문이다. 교육의 전반적 여건을 개선시키고,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 대학들이 법정 한도 내 자율적으로 등록금을 책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등록금 의존율이 높은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록금 수입 외 대학이 다양하게 재원을 확보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제도 개선하는 등 여건을 조성해 나가야 한다.”
김현아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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