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일 개봉 ‘마인크래프트 무비’
제이슨 모모아 코믹연기 일품
게임 모르는 관객 아쉬울 수도

26일 개봉하는 할리우드 영화 ‘마인크래프트 무비’(감독 자레드 헤스)를 만끽하기 위해서는 3가지에 동의해야 한다. 첫째, 현실적 개연성은 잠시 접어두고 게임을 바탕으로 한 세계관에 동참하라. 둘째, 과장된 몸짓을 앞세운 슬랩스틱 코미디를 즐겨라. 셋째, 동심으로 돌아가라. 다짐이 끝났다면 100분간 이어지는 롤러코스터에 올라타도 좋다.
폐업 직전의 게임숍 주인인 ‘게임 챔피언’ 개릿(제이슨 모모아)이 사는 낯선 동네에 헨리, 나탈리(엠마 마이어스) 남매가 이사 온다. 그들은 개릿이 수집한 큐브의 빛을 따라 모든 것이 네모 형태로 구성된 ‘오버월드’로 가게 된다. 그곳에 정착해 있던 스티브(잭 블랙)와 만난 주인공 일행은 오버월드를 정복하려는 악한 마법사와 일전을 치른다.
2009년 출시 후 누적 판매량 3억 장을 돌파한 비디오 게임 ‘마인크래프트’를 스크린으로 확장한 이 영화는 ‘반지의 제왕’ 시리즈의 프로덕션 디자인을 맡았던 그랜트 메이저의 손을 거치며 실사로 거듭났다. 주민들과 집, 과일까지 모두 네모 형태인 ‘미드포트’ 마을, 불과 용암이 가득한 지하세계 ‘네더’ 등 게임 속 세상이 정교하게 펼쳐진다. 시각적 재미를 극대화할 수 있는 아이맥스 스크린을 통해 개봉하는 이유다.
판타지 세상을 구현하는 데 일가견이 있는 배우들의 열연도 돋보인다. 잭 블랙은 보드게임을 기반으로 한 영화 ‘쥬만지’ 시리즈, 아케이드 게임에서 출발한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에 이어 이번에는 게임 속 세계와 상호작용을 강조하는 샌드박스 게임 형태의 ‘마인크래프트 무비’로 돌아왔다. DC코믹스 히어로인 ‘아쿠아맨’ 시리즈에서 카리스마를 드러냈던 제이슨 모모아는 허세 가득한 코믹 캐릭터로 이미지 변신을 시도하고, 넷플릭스 시리즈 ‘웬즈데이’로 주목받은 엠마 마이어스가 나탈리 역을 맡아 준수한 액션 연기를 펼친다.
다만 ‘마인크래프트’ 게임을 아는 관객과 모르는 관객이 느끼는 재미의 간극은 클 수밖에 없다. 샌드박스 게임은 정해진 목표 없이 게이머들이 창의적으로 플레이를 이어가며 자신만의 아이템을 개발·획득하는 식이다. 극 중 주인공들이 사각 블록을 활용해 새로운 아이템을 만들고 이를 활용하며 환호하는 장면이 자주 등장하는 이유다. 즉 아는 만큼 보고, 즐길 수 있는 영화다.
이 게임 유저가 많은 미국에서 ‘마인크래프트 무비’는 하나의 ‘현상’이 됐다. 개봉 열흘 만에 전 세계 매출 5억5000만 달러(약 7840억 원)를 기록했다. 이 게임에 푹 빠진 미국 MZ 관객들은 게임 속 캐릭터로 분장 후 극장을 찾는다. 특히 닭을 타고 달리는 아기 좀비인 ‘치킨 조키’의 인기가 뜨겁다. OTT에 익숙한 세대가 극장을 그들의 문화 공간으로 삼는 새로운 풍속도다.
하지만 게임을 모르는 이들에게 마냥 불친절하진 않다. 현실 속 루저였던 주인공들이 판타지 세계에서 기지를 발휘해 권선징악을 실현하고, 현실 세계로 돌아온 후에도 자신감을 회복하게 된다는 스토리라인은 여전히 보편타당하다. ‘오즈의 마법사’ ‘구니스’ ‘빽투더퓨처’ 등 지극히 미국적인 어드벤처 영화의 공식을 충실히 따르는 이 작품은 분명 ‘팝콘 무비’로 손색이 없다. 머리로 계산하며 의미를 찾지 않아도, 눈으로 따라가며 재미를 만끽할 수 있다는 뜻이다. 101분. 12세 관람가.
안진용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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