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일 오후 2시 개최 ‘환안제’ 미리보기
조선 왕실의 사당인 ‘종묘 정전’
5년간 수리 마치고 대중에 공개
창덕궁에 봉안됐던 ‘신주 49위’
155년만에 제자리 모시는 행사
1100명 행렬단·특수가마 28기
안국역·광화문 거쳐 3.5㎞ 이동
행렬 후엔 ‘무사 환안’ 고유제도

600년 조선 왕실의 사당인 종묘 정전이 5년간의 대대적인 수리를 마치고 오는 20일 대중에 공개된다. 또한 정전을 수리하는 동안 창덕궁 구(舊) 선원전에 임시 봉안됐던 조선의 왕과 왕비, 대한제국 황제와 황후의 신주(神主·죽은 사람의 위패)도 돌아온다. 신주 49위를 종묘 정전으로 다시 옮기는 환안제(還安祭)가 1870년(고종 7년) 이후 무려 155년 만에 치러진다.
종묘 정전은 1395년 태조 이성계가 창건한 뒤 600년 넘도록 왕실 제례가 이어져 온 곳으로 한국 전통 건축의 정수를 보여주는 건축물이며 국내에 존재하는 단일 건물 중 가장 길다. 종묘 정전은 1985년에는 국가지정문화유산 국보로 지정됐고 종묘는 1995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 당시 석굴암과 불국사, 해인사 장경판전과 함께 한국 최초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였으며 올해 30주년이 된다.
그러나 2014년 이뤄진 안전 점검 결과 구조적 균열과 기와 탈락, 목재의 노후화 등 문제가 확인되며 정밀 실측 등의 과정을 거쳐 국가유산청은 2020년부터 보수 공사에 돌입했다. 1991년 이후 약 30년 만의 대공사였다.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 관계자는 “7만 장에 이르는 기와를 모두 공장제 기와에서 수제 기와로 교체했고 정전 앞 시멘트 모르타르(mortar)를 제거하고 수제 전돌을 깔았다”고 설명했다.
환안제는 20일 오후 2시 49위의 신주가 창덕궁 금호문을 나서며 시작된다. 내국인 150명과 외국인 50명 등 사전 모집한 약 200명의 시민 행렬단까지 어우러져 1100명에 이르는 대규모 환안 행렬은 안국역 사거리를 지나 경복궁 광화문으로 이동한다. 광화문 월대 옆 잔디밭에서는 풍물놀이, 줄타기, 탈춤, 사자춤 등 전통 연희 공연이 펼쳐져 흥을 돋운다. 이후 세종대로와 종로를 거쳐 종묘까지 총 3.5㎞ 구간을 두 시간에 걸쳐 계속 움직인다.

이번 환안제는 헌종(재위 1834∼1849) 대 제작된 ‘종묘영녕전증수도감’ 의궤에 나와 있는 환안제 관련 기록을 바탕으로 재현된다. 신주 운반에는 ‘이환안반차도’ 등의 기록에 근거해 특수 제작한 왕의 신주 운반용 가마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신여’ ‘신연’ ‘향용정’ 등 신주가마 28기가 전국팔도에서 총동원돼 도심을 가로지르는 장관을 연출한다. 옻칠을 담당한 박귀래 나전칠장(강원도 무형유산)과 단청칠을 담당한 이정기 악기장(국가무형유산), 주렴 작업을 책임진 박성춘 담양 죽렴장(전라남도 무형유산) 등 무형유산 보유자들이 가마 제작에 힘을 모은 결실이다.
환안 행렬이 종묘에 도착한 후 6시 30분부터 수리를 마친 종묘 정전에서 무사 환안을 알리는 고유제(告由祭)와 준공기념식이 이어진다. 고유제는 국가와 사회, 가정에 큰 변화가 있을 때 관련 신령에게 그 사유를 고하는 제사다. 사단법인 전주이씨대동종약원의 주관 아래 약 200명이 참여해 전통 절차에 맞춰 봉행한다. 기념식에서는 수리 과정을 담은 영상이 상영되고 약 60명의 무용수가 참여하는 특별 축하 공연도 펼쳐진다.
한편 오는 26일부터 일주일간 종묘에서는 ‘묘현례(廟見禮)’를 엿볼 수 있는 문화 행사도 개최된다. 묘현례는 조선시대에 혼례를 마친 왕비나 세자빈이 역대 왕과 왕비의 신주가 모셔진 종묘에 인사를 드리는 의식이다. 창작 뮤지컬 ‘묘현, 왕후의 기록’은 1703년 숙종(재위 1674∼1720)의 세 번째 왕비인 인원왕후가 올린 묘현례를 다룬다. 또한 24일부터 종묘 정전에서 종묘제례악 야간 공연도 펼쳐진다. 종묘제례악은 종묘에서 제례를 지낼 때 연주하는 음악과 노래, 춤으로 궁중음악의 정수로 여겨지며 2001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됐다. 더불어 전주이씨대동종약원은 “다음 달 4일 매년 5월 첫째 주 일요일에 진행되는 종묘 대제를 봉행한다”며 “정전 수리 기간 동안 영녕전에서만 봉행하던 것에서 올해는 정전에서도 봉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장상민 기자주요뉴스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