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야구 한화 3년차… 팀 마무리 투수로 승승장구

 

빠른 볼 주무기로 소방수 역할

완벽한 제구력으로 타자 압도

 

전문가 “직구·체인지업 좋아져”

김 “마운드에선 미치고 싶었다”

인천=정세영 기자 niners@munhwa.com

‘불광불급(不狂不及).’

올해 ‘불꽃피칭’을 선보이고 있는 한화 마무리 투수 김서현이 개막전 시즌 각오를 다지기 위해 모자챙에 새기고 주문을 걸었던 말이다. 불광불급은 미치지 않으면 이루지 못한다는 뜻. 야구계는 요즘 “김서현이 제대로 미쳤다”고 말한다. 앞서 지난 2월 스프링캠프에서 문화일보와 만난 김서현은 “올해 보여주고 싶은 게 많다는 생각에 정말 열심히 운동했다”면서 “야구를 할 때, 마운드에 오를 때만큼은 미쳐서 하자는 마음을 담았다”고 말했었다. 김서현은 ‘그저 그런 선수’로 전락한 위기에서도 주저앉지 않고 올해를 ‘커리어 베스트’로 만들고 있다.

김서현은 15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5 신한 쏠(SOL) 뱅크 KBO리그 SSG와의 원정경기에서 2-0으로 앞선 9회 말 마운드에 올라 1이닝을 1안타 무실점으로 막고 팀 승리를 지켰다. 시즌 개막 후 11경기 무실점 행진을 이어간 김서현은 4세이브째(1홀드)를 수확했다. 양상문 한화 투수코치는 경기가 끝난 뒤 김서현을 콕 찍어 “이젠 보고만 있어도 듬직하다”고 칭찬했다.

지난 2월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시즌 각오를 다지며 ‘불광불급’과 함께 ‘자신 있게!’, ‘힘내자!’ 등의 문구를 빽빽하게 적어놓은 김서현의 모자챙.
지난 2월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시즌 각오를 다지며 ‘불광불급’과 함께 ‘자신 있게!’, ‘힘내자!’ 등의 문구를 빽빽하게 적어놓은 김서현의 모자챙.

지난 2023년 신인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 지명을 받은 김서현은 한화가 애지중지 키우고 있는 유망주. 한화는 고교 무대를 평정한 김서현의 능력을 높게 평가해 그에게 5억 원이라는 거액을 계약금으로 안겨줬다. 그러나 김서현은 프로 데뷔 후 2년간 긴 침체기를 겪었다. 하지만 지난해 양 코치를 만난 뒤 질적 향상을 이뤄냈고, 올핸 특급 마무리 투수로 비상하고 있다.

특히 김서현은 3월 말 주현상으로부터 마무리 보직을 넘겨받은 뒤 승승장구 중이다. 김서현은 3월 29일 KIA전에서 첫 세이브를 따냈고, 4월엔 3개의 세이브를 추가했다. 4월엔 5.1이닝을 던져 단 2개의 안타만 내줬고, 삼진은 6개를 잡아냈다. 4월 들어 볼넷은 단 1개도 내주지 않았다. 양 코치는 “자기 나름대로 자신감이 생기다 보니까 이제는 공이 날리는 게 없어졌다”면서 “이제 타자들과 싸울 필요가 없다. 그냥 자신의 공만 던지면 된다. 제구가 되기에 상대 타자들의 노림수도 안 먹힌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서현은 시속 150㎞ 후반대의 빠른 볼이 주무기다. KBO 공식 기록 업체인 스포츠투아이에 따르면, 이날 김서현은 SSG 타자 한유섬을 상대할 때 시속 156.2㎞의 공을 던졌다. 이는 올해 김서현이 던진 가장 빠른 공이었다. 양 코치는 “직구의 무브먼트가 더 좋아졌다. 스트라이크존에서 약간씩 변하는 공이 더 좋아졌다. 예전에는 그런 공이 볼이 됐는데, 올핸 스트라이크가 되니 상대 타자들이 더욱 압박감을 느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올해 직구 피안타율은 불과 0.056밖에 되지 않는다.

김서현은 강속구 의존도가 높았던 예년과는 달리 올해는 제구력과 변화구를 적절히 곁들이면서 직구 위력도 배가했다는 평가다. 김서현은 올 시즌을 앞두고 직구와 슬라이더를 받칠 체인지업 연마에 공을 들였다. 이동욱 SPOTV 해설위원은 “팔 각도가 낮은 김서현의 직구는 움직임이 많기에 타자들이 정타를 맞히기가 쉽지 않다”면서 “올해는 직구, 슬라이더와 함께 오프스피드 계열(체인지업 등)의 공도 좋아졌다. 예년엔 직구만 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올해는 다양한 공을 던지기에 대처가 잘 안 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김서현은 “세이브 상황에서 아직은 흔들리지 않고 잘 지켜내고 있는 거 같아 스스로 뿌듯하고 자신감이 더 생기고 있다”면서 “마운드에서 볼넷을 내주더라도 자신 있게 공을 던지는 데 주력하고 있는데 오히려 스트라이크가 더 잘 들어가는 것 같아 더욱 공격적인 투구를 해야겠다는 마음”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정세영 기자
정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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