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년간 보청기 무료지원 마용운 예일이비인후과 원장
“노인성 난청 계속 늘어나는데
정부지원 까다로워 엄두 못내
지난 2년간 225명에 착용해줘
사회적 고립 벗고 자신감 생겨”

“소리가 잘 안 들린 지 10년이 넘었어요. 보청기를 살 형편이 안 돼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는 것이 힘들고 TV는 자막방송만 봤는데 자식들도 못해 주는 보청기를 무료로 해줘 눈물이 납니다.”
15일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석전동 예일이비인후과 진료실에서 만난 박광자(81) 할머니는 마용운 대표원장이 보청기를 귀에 꽂아주자 “좋아하는 일일연속극을 실컷 보고, 경로당에서도 못 듣는다고 놀림 받지 않겠다”며 눈물을 훔쳤다. 박 할머니는 예일이비인후과가 경남도, 경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협약을 맺고 진행 중인 ‘저소득 어르신 기부 보청기 지원사업’의 올해 첫 대상자로 선정돼 이날 청력 검사 등을 받고 보청기를 착용했다.
저소득 어르신 기부 보청기 지원사업은 예일이비인후과가 2023년부터 2026년까지 4년간 매년 도내 65세 이상 저소득 노인 120명에게 보청기를 선물하기로 약정한 사업으로 올해 3년 차를 맞았다. 보청기는 미국 벨톤사 제품으로 1대(한쪽)당 가격은 130만 원. 지난 2년간 어르신 225명이 보청기를 지원받아 잃어버린 소리를 찾았고, 올해부터 내년까지 각각 120명씩 240명이 무료로 지원받을 예정이다. 총 보청기 기부금액만 6억 원이 넘는다. 예일이비인후과는 보청기 기부에 그치지 않고 착용 노인들이 보청기에 적응(3개월)할 수 있도록 도내 전 시군을 찾아가 피팅(fitting) 서비스도 제공한다.
예일이비인후과의 보청기 기부는 마 원장과 공동개원한 동료 원장들이 개원 후 25년간 진료 현장에서 느낀 보청기 정책의 답답함에서 시작됐다. 돈이 없어 보청기를 구입하지 못하는 노인은 많은데 정작 정부지원 무료 보청기를 신청하려면 장애등급을 받기 너무 까다롭기 때문이다. 마 원장은 “장애등급을 받기도 어렵지만 장애등급을 받고 보청기를 착용하면 너무 늦어 효과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그는 “장애등급에 들어오지 못하지만 청력을 20∼30% 상실한 저소득 노인들에게 보청기를 지원하면 사회생활이 가능하고 자신감도 생긴다”며 “봉사한다는 마음으로 동료원장들과 의논해 보청기 기부사업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경남도에 따르면 지난해 도내 등록된 청각장애인 중 65세 이상 비율은 82.6%(2만3629명)에 달한다. 이처럼 초고령화 사회에 접어들면서 노인성 난청 인구는 계속 증가하고 있는데 저소득층 노인들은 생활고로 보청기를 구입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마 원장은 “난청으로 인한 노인의 사회적 고립 문제를 해결하려면 까다로운 청각장애 기준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경남도는 난청검사(양쪽 41~59db 또는 한쪽 80db과 반대쪽 40db 미만)를 통해 65세 이상 어르신 중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기초연금수급자 순으로 예일이비인후과 기부 보청기 수혜대상자를 선정하고 있으며 올해 신청경쟁률은 1.53대 1을 기록했다. 김영선 경남도 복지여성국장은 “난청은 어르신들의 사회적 고립을 초래하는 심각한 문제”라며 “예일이비인후과의 저소득 어르신 보청기 기부사업이 단순한 보청기 지원을 넘어 사각지대에 놓인 난청 어르신들의 사회적 활동과 건강 증진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박영수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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