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자본금 한도 95% 이를 듯

재정출자 해도 법적 투입 제한

산은법 개정 안하면 공급 못해

반도체 지원 복안 실행 미지수

정부가 33조 원 규모의 재정 지원 대책을 수립, 반도체 산업 경쟁력을 높인다는 복안을 마련했지만 실행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산업은행이 법령 개정 없이는 제 역할을 수행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도까지 차오른 산은 ‘법정 자본금’ 탓에 적기에 정책금융 공급이 어려울 것이란 얘기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021년 말 21조8866억 원 수준이던 산은 자본금은 지난해 말 기준 26조3166억 원으로 올라 법정 한도(30조 원) 대비 87.72% 소진했다. 산은은 1분기 2205억 원을 유상증자해 자본금을 추가했는데, 올해도 지난해 수준(2조3900억 원)으로 증자에 나서게 되면 연말쯤엔 법정 한도 소진율이 95%에 이를 전망이다.

정부가 산은 자본금을 5년 사이 10조 원 가까이 늘린 것은 자본금이 은행 대출의 기본 재원이기 때문이다. 통상 자본금 1조 원이면 10조 원 대출 지원이 가능한 것으로 추산한다. 현재 산은은 방산·원전·반도체·2차전지·바이오 등 국가 신성장산업 투자 등 다양한 정책금융 수요에 대응 중이다. 최근에는 민간이 외면하고 있는 모험자본 공급까지 전담하고 있어 부담이 가중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전날 ‘글로벌 반도체 경쟁력 선점을 위한 재정투자 강화 방안’을 통해 산은이 향후 3년간 20조 원 이상 규모의 반도체 저리대출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직전 대비 3조 원 이상 늘어난 것으로 정부도 지원 확대에 따라 “필요시 재정출자(증자)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그러나 법정 자본금 한도가 임박함에 따라 재정출자를 하더라도 법적으로 투입이 제한된다.

자본금 한도를 늘리려면 산은법 개정이 필수적이다. 정책금융 집행의 시급성을 인식해 당초 여야가 산은법 개정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게 금융당국 설명이다. 하지만 대통령 탄핵과 대선으로 논의가 하반기까지 밀릴 가능성이 커졌다. 여기에 야권인 더불어민주당이 이번 반도체 산업 지원 확대 등을 담은 정부 ‘필수 추가경정예산(추경)안’마저도 증액이 필요하다고 반발하고 있어 추경안 통과도 난항이 예상되고 있다.

한편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격화로 2차전지, 석유화학 등 산업 전반이 시름하고 있지만, 산은 내부에서는 재원 등 한계로 반도체 선별 지원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산은 관계자는 “업권별 대출 우선도가 갈릴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며 “일선 영업점은 반도체 저리대출 문의와 집행을 처리하는 데도 벅차다”고 말했다.

신병남 기자
신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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