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측기술 5년간 방치
전문가 “GPR, 땅밑 2m만 탐지”
“싱크홀, 사전 발견한 적도 없어”
2020년 GSR 기술 용역 보고돼
공사현장 지반 분석해 점수산출
한국지질에 최적화 신뢰성 보강
“조기 적용후 보완했다면 예방”

전국 동시다발 싱크홀(땅 꺼짐) 사고로 국민 불안이 커지는 가운데, 한국의 지질 환경 특성을 정량화·표준화해 지반 함몰을 예측하고 방지할 수 있는 ‘GSR(Ground Subsidence Risk·한국형 싱크홀 위험 예측 기술)’ 기법이 수년 전에 개발됐지만 현장에서는 적용되지 않고 ‘낮잠’을 자는 상태인 것으로 16일 드러났다.
이날 문화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등이 2020년 4월 국토교통부에 제출한 ‘지반함몰 위험성 예측 및 평가기술 개발 1세부 최종보고서’에 지반 변형 및 지반 함몰을 예측할 수 있는 신(新)기법 GSR이 현장에서 적용 가능한 형태로 수록됐다. 해당 용역 연구는 국토부의 의뢰로 2015년 12월 28일부터 2020년 1월 31일까지 진행됐다.
GSR은 공사 현장의 지반을 분석해 0~100점 사이의 GSR 점수(안전점수)를 산출, 땅 꺼짐 위험도를 5개 등급으로 분류한다. 100점에 가까울수록 땅 꺼짐 위험이 적은 양호한 지반을 뜻한다. 땅 꺼짐에 영향을 주는 흙의 재질, 공동(空洞)의 유무, 암반의 특징을 조사한 뒤 인자마다 할당된 점수를 정해진 도식에 대입하는 방식이다. GSR 개발을 주도한 임명혁 대전대 재난안전공학과 교수는 “한국 지질 특성에 맞는 인자 40개를 추리고 점수화하는 도식을 4년에 걸쳐 개발했다”며 “인공지능(AI)을 적용해 인자별 입력값만 넣으면 안전점수가 곧바로 나온다”고 설명했다.
GSR 기법은 한국 지질 특성에 최적화된 땅 꺼짐 예측·평가 도구로, 위험도 예측 신뢰성이 떨어지는 기존 기법의 한계를 보완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서울시는 GPR(지표투과레이더)로 관내 5개 도시·광역철도 건설공사 구간을 집중 탐사해 땅 꺼짐을 방지하겠다고 지난 14일 밝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GPR의 한계가 명확하다고 입을 모은다.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대부분 대형 땅 꺼짐은 최소 10m 아래에서 발생하지만, GPR은 탐지 깊이가 2m 남짓에 불과하다”며 “서울시가 GPR 장비를 갖춘 지 10년이 됐는데 이 장비로 대형 싱크홀을 사전에 발견한 적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에 그치지 않고 굴착공사 시공 단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를 4개 등급(관심·주의·경계·심각)으로 구분하고, 사건마다 대응 방안도 제시했다.
그러나 이미 개발이 끝난 GSR 기법과 매뉴얼은 막상 현장에서 활용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토부 관계자는 “GSR 기법은 사례가 부족하고 추가 연구가 필요해 검증된 기술인 GPR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면서도 “지하 안전관리 기본 계획을 수립해 향후 5년간 기술개발·장비 성능검증 등을 추진하고 있으며, GSR 기법 활용 여부도 검토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학계에선 ‘만시지탄’이란 반응이다. 임 교수는 “신기술인 만큼 일찍이 현장에서 적용해 보고 보완했으면 많은 사례를 확보해 지금의 땅 꺼짐 사고를 예방할 수 있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토로했다.
노지운 기자, 노수빈 기자, 구혁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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