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사양 AI칩 ‘엔비디아 H20’ 중국수출 제한
트럼프 “중국, 우리 돈 가지려면 협상해야”
미국 농민들에겐 “버텨라”
중국, 희토류·미국국채 등 강공책
미 농산품 관세인상 등 6대 조치도

中, 美보잉기 인수 중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집권 1기 때와 달리 중국이 미국 관세에 정면 대응하며 버티기에 나서자 15일(현지시간) 엔비디아 H20 칩의 중국 수출 제한 카드까지 꺼내 들었다. H20은 엔비디아 최고사양 제품은 아니지만, 중국에 수출되는 엔비디아 인공지능(AI) 칩 중에서는 가장 높은 사양에 해당한다. 중국이 보복 표적 관세에 이어 희토류 수출 제한, 펜타닐 협력 중단 등 비관세 요소까지 총망라해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자 트럼프 대통령이 초강수 조치까지 꺼내 드는 등 조급증을 보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관세 전쟁이 기술 전쟁으로까지 확산하면서 미국 산업 피해는 더욱 커지게 됐다.
엔비디아는 지난 9일 미 정부로부터 H20 칩의 중국 수출 시 당국의 허가가 필요하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이날 밝혔다. 해당 규제는 무기한 적용되는 것으로 H20 칩이 중국의 슈퍼컴퓨터에 사용되거나 전용될 수 있다는 우려를 미 정부가 새 규제의 근거로 들었다고 엔비디아는 설명했다. 사실상 중국의 AI 개발 자체를 막겠다는 것이다. 다만 기존 수출 규제에 이어 H20 수출길까지 막히면서 미국 기업 엔비디아도 막대한 피해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엔비디아는 이번 수출 제한 조치로 회계연도 1분기(2∼4월)에 55억 달러(약 7조8567억 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같이 초강수 대책을 내놓으며 조급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중국이 예상외로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며 협상보다 미국의 대중국 관세에 정면 대응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증시가 폭락했을 때까지만도 “괜찮다”며 여유를 보였지만 중국이 대미 관세율 인상(125%)과 희토류 수출금지, 보잉 항공기 인수 중단에 이어 미 국채 매도 동향까지 보이자 쫓기는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미국 산업 피해가 현실화하고 있어서다. 특히 중국이 대미 보복 6대 조치(농산품 관세 인상·가금육 수입 중단·펜타닐 협력 중단·서비스업 협력 중단·지식재산권 조사·영화 수입 축소 또는 전면 금지)를 단계적으로 시행하면서 실제 미국 산업이 상당한 타격을 입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SNS에 집권 1기 당시 중국과 벌인 관세 전쟁을 언급하며 “나는 중국과 훌륭한 협상을 타결해 280억 달러의 돈을 농민들에게 보상했지만, 이 협상 대부분을 (중국이) 파기했다”면서 “미국은 우리 농민을 보호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이 미국산 농산물에 대해 부과한 보복 관세(10∼15%) 조치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미국 농민에 대한 지원책 마련을 시사한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는 중국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이기 위해 미국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을 증시에서 퇴출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고 온라인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이날 전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 역시 지난 9일 폭스비즈니스 인터뷰에서 중국 기업의 미국 증시 상장 폐지 가능성과 관련해 “난 모든 게 테이블 위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았다. 미국 의회의 초당적 자문기구인 미·중 경제안보검토위원회(USCC)에 따르면 지난 3월 7일 기준 미국 증시에 중국 기업 286개가 상장됐으며 이들의 총 시가총액은 1조1000억 달러에 달했다. 중국에 상당한 타격을 줄 수 있지만, 미국 시장도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것이란 우려가 크다.
황혜진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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