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환 경제부 부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전쟁이 역풍을 맞고 있다. 주먹구구식으로 매겨진 국가별 상호관세율에 세계 각국은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미국 증시는 폭락과 폭등을 반복하고 있고, 전망 기관들은 미국 경제침체를 거론하기 시작했다. 미 국채시장의 혼돈은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예상치 못한 상황에 굴복해 상호관세 시행을 90일 유예하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여당인 공화당 의원들과 트럼프 대통령 참모들까지 관세정책을 비판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최고 실세 중 한 명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트럼프 관세정책의 토대를 제공한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담당 고문에 대해 “그 사람은 아무것도 제대로 만든 게 없다”고 비판했다. 존 튠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도 “과격한 관세정책은 위험하며 미국도 큰 피해를 볼 것”이라고 경고했다. 보수 성향 신문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런 관세는 중국 시진핑의 날을 만들어 줄 뿐”이라고 지적했고, 블룸버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구호였던 ‘MAGA(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가 ‘MCGA(Make China Great Again)’가 될 수 있다고 비꼬았다. 미국 전역에서는 무분별한 관세정책과 동맹국을 헌신짝 버리듯 하는 트럼프 외교정책을 지탄하는 시위도 벌어지고 있다. 취임 4개월도 지나지 않아 민심 이반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사태가 어떻게 결론 날 것인지와는 별개로 관세전쟁이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 위상에 심각한 타격을 줬다는 평가에는 이견이 없다. 동맹국들도 더는 미국을 믿지 못하겠다는 분위기가 팽배해졌다. 미국 내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상황을 정확히 진단하기는 했지만, 그 해법이 잘못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갈수록 늘어나는 미국의 재정적자와 무역적자가 심각하다는 것은 모두가 인정하지만, 그렇다고 그 해결책이 무분별한 고관세 부과라는 데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미국의 관세전쟁은 최고지도자의 편협한 아집과 고집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가 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집착’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는 이미 1980년대에 “왜 동맹국들은 그들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잃고 있는 미국의 비용은 지불하려고 하지 않느냐”며 관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신문 광고를 직접 내기도 했다. 상호관세를 발표하던 지난 2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1789년부터 1913년까지 미국은 관세기반 국가였고, 그 어느 때보다 부유했다”고 말했다. 많은 경제학자와 경제주체가 100년도 넘은 시대 상황을 현재에 대입하는 것은 위험한 생각이라고 경고했지만, 그는 주변의 충고를 무시한 채 고집을 꺾지 않았고 결국 이런 사태가 벌어졌다.

50일 정도 후엔 우리나라도 새 대통령을 뽑아야 한다. 이미 우리는 지도자를 제대로 뽑지 못해 두 번이나 대통령을 탄핵한 부끄러운 역사를 갖고 있다. 이런 중요한 시기에 또다시 잘못된 지도자를 선택한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을 것이다.

임대환 경제부 부장
임대환 경제부 부장
임대환 기자
임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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