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난청 보험금’ 매년 최고치 경신
70대 이상 고령자들 신청 늘어
6년새 보상액 400% 넘게 폭증
“제2의 퇴직금”으로 불리기도
2034년 보상액 1조 돌파 전망
“노인성 - 소음성 기준보완 필요”

조선업계에서 근무하다 1995년 일을 그만둔 A 씨는 퇴직한 지 25년이 지난 2020년 6월 귀가 잘 들리지 않자 소음성 난청 산재 신청을 했다. 이후 2022년 85세 나이에 산재 승인을 받았다. 1980년대 초 3년간 소음 작업장에서 근무하고 퇴직한 B 씨는 무려 37년이 지난 70세 나이에 산재 신청을 해 2021년 보상을 받았다.
국내에서 제조업 공장을 운영하는 C 씨는 “이미 업계에선 소음성 난청이 ‘제2의 퇴직금’으로 불리고 있다”며 “퇴직 후 수십 년이 지나 생긴 노인성 난청으로 산재 보상을 받는 건 의학적으로나 상식적으로 불합리하다”고 말했다.
노인성 난청과 구분이 어려운 현행 소음성 난청 산재 인정 기준으로 인해 70대 이상 고령자를 중심으로 산재 신청이 이처럼 급증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최근 6년 새 산재 보상액이 400% 넘게 늘고, 2034년이면 1조 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됐다. 현행 제도의 허점을 파고든 ‘꼼수’ 산재 신청이 향후 2차 베이비부머 세대(1964∼1974년생·약 954만 명)의 은퇴 등과 맞물리면 우리 사회의 보험료 부담 증가로 전이될 수 있는 만큼 신속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16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발표한 ‘소음성 난청의 산재 인정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1399건이었던 소음성 난청 산재 승인 건수는 지난해 6473건으로 약 5배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소음성 난청 장해급여 지급액도 490억4700만 원에서 2481억9700만 원으로 약 5배로 늘었다. 경총은 최근 3년(2022∼2024년)간 승인 건수·지급액 평균 증가율을 기준으로 추산했을 때 2034년에는 승인 건수가 2만2938건, 지급액은 1조129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70대 이상 고령자 신청을 부추기는 상술도 나오고 있다. 일부 노무법인들은 영업을 위해 ‘오래전 퇴직자도 가능’이라는 문구를 내걸고 산재 신청자를 모집하고 있다. 근로복지공단 통계를 보면 2019년 30.5%였던 70대 이상 고령자의 소음성 난청 승인 비중은 지난해 49%로 확대됐다.
자연발생 가능성이 큰 노인성 난청과 업무로 인한 소음성 난청을 구분하는 기준이 없다는 점이 이 같은 현상을 부추기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65세 이후의 청력 손실은 노인성 난청이 원인인 경우가 대부분인데 현행 기준은 과거 소음 노출 이력만으로 산재를 인정하고 있다. 또 장해급여 청구권 발생일 기준이 2016년 ‘소음노출 업무 중단일’에서 ‘진단일’로 변경되면서 청구권 소멸 시효가 사실상 사라져 퇴직 후 수십 년이 지난 신청자들에게도 산재 보상이 이뤄지고 있다.
경제계에서는 소음성 난청 산재 인정기준 개정을 통해 주요국처럼 연령보정 기준(61세부터 총 청력손실치 중 나이에 따른 자연경과적 퇴행 값을 적용해 소음 노출에 의한 청력손실치 보정)을 도입하고, 소음 노출일로부터 산재 신청 유효기간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임우택 경총 안전보건본부장은 “현행 소음성 난청 인정기준의 미비점이 보완되지 않는 한 고령 퇴직자들의 무분별한 산재 신청과 과다보상 문제는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근홍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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