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의 관세협상이 내주부터 시작된다. 실무협상은 이미 시작됐다. 특히 한국가스공사는 15일 미 알래스카가스라인개발(AGDC) 측과 실무 차원의 화상회의를 가졌다고 한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한국과 함께 영국·호주·인도·일본 등 5개 동맹국을 최우선 협상국으로 지목했음을 밝히고, 14일 “협상은 매우 빠르게 진행될 것”이며 “가장 먼저 협상에 나서는 사람이 최고의 합의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요국과의 협상에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참여할 것이라고도 했다.

면밀한 전략이 절실하다. 특히 당면한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가 그렇다. 440억 달러(64조 원 상당) 규모의 대형 사업으로, 빨라야 2030년 완공된다. 동토층이어서 시공은 말할 것도 없고, 북부∼남부를 잇는 1300㎞ 가스관을 설치한 후에도 유지·보수가 간단치 않다. 북쪽 베링해는 여름철 3개월만 선박 운항이 가능하기 때문에 남부지역 터미널까지 종단 가스관을 설치하는 게 핵심이다. 국제 에너지 가격과 개발 비용 등 변수가 있지만, 현재까지는 경제성이 없어 미 업체도 외면해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먼저 일본과 한국 참여를 기정사실화했을 정도로 집착을 보인다. 그런 만큼 잘만 활용하면 관세협상 전반에 좋은 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LNG 사업 하나가 트럼프 행정부 임기 내내 방파제가 될 수 있다. 그렇다고 홀로 떠안는 것은 위험하다. 국제 에너지 기업들도 참여를 꺼린다. 가스공사는 부채가 47조 원에 달할 만큼 재무 상태가 좋지 않다. 일본·대만과 연대해 해법을 찾아야 한다. 대만은 미국과 구매·투자의향서(LOI)를 이미 체결했고 일본은 1조 달러 투자를 약속했다. 철강·기자재 등의 수주와 물류비 절감 등 이점도 있다. 미 에너지 대기업도 반드시 참여토록 하고, 장기간의 사업이므로 초당적 지지를 요구하는 일도 필요하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협상을 무역 불균형·조선·LNG 등 3개 과제로 정리했지만, 트럼프 정부는 포괄 협상을 선호한다. 조선도 미국이 원하지만 한국이 일감을 받는 방식이고, 무역 불균형 시정을 위한 비관세 장벽 문제는 쌀 쿼터 등 난제도 수두룩하다. 방위비 협상 연계도 장단점이 있다. 한 대행의 컨트롤타워 역량이 중요한 이유다.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1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