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남자의 클래식 - 슈트라우스 ‘돈키호테’ op 35

 

풍부한 상상과 시각적 이미지

환상적 변주곡 양식으로 작곡

 

첼로는 망상에 빠진 돈키호테

클라리넷은 충직한 산초 표현

스페인을 대표하는 작가 미겔 데 세르반테스(1547∼1616)가 1605년 출판한 소설 ‘돈키호테’(Don Quixote)는 세계 문학사에 있어 걸작으로 평가받는 고전 작품이다. 작품은 후대 문학가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쳤을 뿐 아니라 음악가들에게까지 창작의 원천이 되었는데 오페라, 발레, 가곡 심지어 뮤지컬에 이르기까지 실로 다양한 장르의 음악 작품들로 재탄생되었다. 돈키호테를 소재로 한 몇몇의 음악 걸작 작품들을 들 수 있지만 그중 단 하나만을 꼽으라면 단연 리하르트 슈트라우스가 작곡한 교향시 ‘돈키호테 op 35’다.

클래식 음악 작곡가들 중엔 동명의 이름으로 사람들을 헷갈리게 하는 인물이 있는데 바로 슈트라우스다. 우선 요한 슈트라우스 1세(1804∼1849)와 그의 아들 요한 슈트라우스 2세(1825∼1899)는 오스트리아 빈 출신으로 각각 ‘왈츠의 아버지’와 ‘왈츠의 왕’이라는 별칭으로 추앙받는 ‘왈츠’의 대가들이다. 그리고 오늘 소개할 작품의 작곡가인 리하르트 슈트라우스(1864∼1949)는 독일 바이에른 출신으로 이름(리하르트)이 다르고 또 독일인이라는 것으로 쉽게 구별할 수 있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는 구스타프 말러(1860∼1911)보다 네 살 어린 후기 낭만주의 대표적인 음악가로 특히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신기에 가까운 관현악법으로써 교향시 분야에 있어 최대의 업적을 남긴 독일 근대 음악의 거장이기도 하다.

슈트라우스가 교향시 ‘돈키호테’를 작곡한 해는 1897년으로 그의 나이 33세가 되던 해였다. 이 시기는 그가 음악가로서 최전성기를 맞이한 때로 그는 바로 한 해 전인 1896년에 오페라 ‘살로메’와 교향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발표해 대성공을 거두며 거장의 반열에 오른 시기이기도 하다. “나는 한 자루의 빗자루도 음악으로 완벽하게 묘사할 수 있다”는 그의 공언처럼 1897년 슈트라우스는 고전 걸작인 ‘돈키호테’에 교향시란 형식의 옷을 입혀 음악작품으로 빚어낸 것이다. 교향시란 문학적인 내용이나 사건, 풍경 따위의 회화적인 내용을 자유로운 형식으로 표현한, 표제(제목)를 가진 단악장 형식의 관현악곡을 말하는데 슈트라우스는 교향시 ‘돈키호테’에 ‘기사적인 성격을 지닌 하나의 주제에 의한, 오케스트라를 위한 환상적 변주곡’이라는 부제를 붙여 변주곡 양식으로 작곡하였다. 여기서 하나의 주제란 물론 ‘돈키호테’를 가리킨다.

소설 속 주인공 알론소 키하노는 50 줄에 들어선 스페인 라만차 지방의 귀족으로 하는 일 없이 기사도 소설에 깊이 빠져 사는 인물이다. 그는 기사도 소설에 너무 심취한 나머지 어느 날 자신을 진짜 기사라고 여기는 망상에 빠지게 된다. 그는 낡은 갑옷을 주워 입고 자신의 이름마저 버린 채 스스로를 돈키호테 데 라만차라 칭하며 방랑기사의 길을 걷기로 결심한다. 그렇게 로시난테라 이름 붙인 늙은 당나귀에 올라타 충직한 하인 산초 판자를 거느리며 가상의 공주 둘시네아를 그리며 세상의 악을 무찌르기 위해 떠나는 모험담이 돈키호테의 줄거리다.

슈트라우스는 교향시에서 세 개의 주제 선율을 등장시킨다. 첼로의 독주 선율은 돈키호테의 주제로 망상과 공상으로 가득 찬 돈키호테를 묘사하고 그의 충직한 시종 산초 판자는 여유와 안정감이 넘치는 베이스 클라리넷과 테너 튜바, 비올라로 그려낸다.

또 가상의 공주 둘시네아는 바이올린뿐만 아니라 오보에 등의 관악기를 사용해 보다 우아하고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다. 작품은 돈키호테의 주제 선율을 맡은 첼로를 위한 협주곡 형태로 서주와 주제를 비롯해 총 10개의 변주, 피날레를 통해 소설 돈키호테 속 이야기들을 함축적으로 간결하게 담아내고 있다.

안우성 ‘남자의 클래식’ 저자

■ 추천곡 들여다보기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교향시 ‘돈키호테’ 작품 35번은 1897년 12월 29일 완성됐다. 초연은 이듬해인 1898년 3월 독일 쾰른에서 프란츠 뷜너의 지휘 아래 이루어졌다. 신기에 가까운 슈트라우스의 오케스트레이션은 청자로 하여금 풍부한 상상과 시각적 이미지를 연상케 하여 입체적인 감상을 불러일으킨다. 작품은 서주와 주제, 10개의 변주와 피날레로 구성되어 있으며 소설 속 주요 인물인 돈키호테, 산초 판자, 둘시네아의 주제 선율이 등장한다.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