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lobal Focus
인도와 군사충돌 중단 합의 뒤
앙숙 파키스탄에 스텔스기 판매
경제·안보 분리 대응 전략인지
외교 유연성 부족인지 해석분분
베이징=박세희 특파원 saysay@munhwa.com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하면서 서로 아군을 확보하기 위한 외교전도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14일부터 닷새 동안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3국을 순방하며 우군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외교의 시간’이 시작됐지만, 중국의 외교에선 때때로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진다.
지난해 10월 중국은 수십 년간 히말라야 산맥 일대에서 국경 분쟁을 벌여온 인도와 군사 충돌을 피하기 위한 순찰 방식에 합의했다. 이어 같은 달 시 주석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5년 만에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관계를 복원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두 달 뒤 중국은 티베트 남부를 가로질러 인도로 유입되는 얄룽창포강(중국명 야루창부강·雅龍藏布江, 인도명 브라마푸트라강) 하류에 세계 최대 수력발전 댐 건설 계획을 발표해 다시 인도와의 긴장감을 조성했다. 또 인도의 앙숙인 파키스탄에 J-35 스텔스기 40대를 판매하기도 했다.
중국은 호주와의 관계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행보를 보였다. 중국은 지난해 3월, 2021년부터 이어져 온 호주산 와인에 대한 관세를 철폐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호주가 2018년 화웨이(華爲)의 5세대(G) 이동통신 네트워크 참여를 금지하고 2020년 코로나19 기원에 대한 국제 조사를 요구하자 중국은 이에 반발해 호주의 주요 수출품에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고, 호주산 와인에 대해 최대 218%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했다. 하지만 2022년 호주에 중도좌파 노동당 정부가 들어선 이후 양국 관계는 개선되기 시작, 이윽고 마지막 남은 고관세 제품 와인에 대해서도 관세를 철폐한 것이다. 2023년 앤서니 앨버니지 총리가 호주 총리로는 7년 만에 중국을 방문하고 지난해 6월엔 리창(李强) 중국 총리가 호주를 방문하는 등 고위급 교류도 재개됐으며 지난 2월에는 양국 간 국방전략대화도 개최됐다. 그러나 같은 달 중국 해군은 호주와 뉴질랜드 사이에 있는 태즈먼 해에서 실사격 훈련을 벌였다.
중국의 이 같은 행보를 놓고 경제와 안보를 분리해 대응하는 외교 전략이라는 해석도 있지만, 외교의 유연성과 창의성 부족에 따른 결과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시 주석 중심의 권력 구조 속에 외교부의 역할이 줄어들면서 외교적 역량도 약화됐다는 분석이다. 최근 이코노미스트는 “외교적 역량 부족으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의 실수를 중국이 충분히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세희 특파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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