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록밴드 콜드플레이 내한공연
우주·환경 등 관련 24곡 열창
콘서트 진행중 거침없는 소통
‘가장 친절한 가수’로 호평받아
BTS와의 협업곡 부르며 열광
트와이스가 오프닝 무대 꾸며

“여러분과 함께여서 행복합니다.”
세계적인 록밴드 콜드플레이를 이끄는 리더이자 보컬 크리스 마틴의 또렷한 한국어 소감이 찬기운과 봄기운이 뒤섞인 고양 하늘에 울려퍼졌다. 현장에 모인 5만 관객은 우레와 같은 함성으로 화답했다.
콜드플레이는 16일 고양종합운동장 주 경기장에서 내한 공연 ‘뮤직 오브 더 스피어스’(Music of the Spheres)의 포문을 열었다. 18∼19일, 22일, 24∼25일까지 총 여섯 차례 공연을 펼치며 약 30만 관객을 모은다. 내한 공연 역사상 최대 규모다.
평소 인류애를 비롯해 우주, 환경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였던 콜드플레이는 2시간여의 공연을 행성, 달, 별, 집이라는 네 가지 주제로 나눈 후 각각 6곡씩 총 24곡을 불렀다. ‘하이어 파워’로 포문을 열었고, ‘비바 라 비다’ ‘픽스 유’ ‘파라다이스’ 등 대표곡을 비롯해 지난해 발매한 신곡 ‘필스라이크아임폴링인러브’ ‘굿 필링스’ ‘올 마이 러브’의 라이브 무대도 선보였다.
콜드플레이는 ‘가장 친절한 내한 가수’의 면모를 다시 뽐냈다. 한국을 찾은 몇몇 가수들이 별다른 소통 없이 노래 부르는 데 집중하는 것과 달리 콜드플레이는 수시로 대화를 청하고 대형 스크린에 공연을 만끽하는 관객의 모습을 담았다. 콜드플레이를 만나기 위해 군 입대도 미뤘다는 남성 관객을 무대 위로 올려 ‘업&업’(Up&Up)을 듀엣으로 부르기도 했다. 마틴은 가사를 모두 외우고 있는 이 관객을 위해 기꺼이 마이크를 내줬고 “혹시 콜드플레이에 합류할래요?”라고 농담을 건넸다.
‘빰빰빰빰빰’으로 시작되는 ‘비바 라 비다’의 전주가 시작되자 객석이 술렁였다. 스페인어로 ‘인생이여 만세’라는 뜻을 가진 이 곡에 맞춰 콜드플레이와 5만 관객의 떼창이 시작됐고, 일순간 공연장은 ‘거대한 노래방’이 됐다. 이 노래가 끝난 후에도 관객들은 그 여운을 즐기는 듯 “오오오오오∼”를 외치며 화합을 다졌다. 위로받고 싶고 서로에게 기대고 싶은 젊은이들의 멋진 연대였다.
콜드플레이가 그룹 방탄소년단(BTS)과 함께 부른 ‘마이 유니버스’(2021)가 흘러나올 때는 BTS의 깜짝 등장을 내심 기대했다. 그들의 모습은 거대한 스크린 속 가상 이미지로 대체됐다. 하지만 마틴은 “정국, 제이홉, RM”이라고 그들의 이름을 하나씩 불렀고, ‘군 복무 중 공연을 보러 왔다’고 쓴 팻말을 든 팬에게는 “내 친구인 BTS 멤버들도 군대에 있다”며 유쾌하게 인사했다. 대신 걸그룹 트와이스가 이날 공연의 오프닝 무대를 꾸몄고, 콜드플레이와 ‘위 프레이’를 함께 부르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콜드플레이는 대한민국이 대통령 탄핵으로 조기 대선 분위기가 무르익을 때마다 한국을 찾았다. 지난 2017년 4월에 이어 지금도 ‘장미 대선’을 앞두고 있다. 이런 정치 상황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콜드플레이는 한국어를 섞으며 또 한 번의 역경을 이겨낸 한국 관객들을 응원했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한국어가 서툴러도 이해해 주세요. 8년 만의 공연인데 제가 본 관객 중 최고예요. 여러분은 완벽합니다.”
안진용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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