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글 = 윤성호 기자 cybercoc@munhwa.com

서울 강동구 암사유적지 매표소 옆, 유적 안내도 뒤편에는 고양이들을 위한 급식소가 있다. 그런데 이날, 이곳을 찾은 손님은 뜻밖에도 청설모였다.

청설모는 주로 나무 열매나 씨앗을 먹지만 잡식에 가까운 식성을 지닌다. 그래서일까. 고양이 사료를 발견한 청설모는 주저 없이 먹기에 나섰고, 이 이색적인 광경에 시민들이 하나둘 발걸음을 멈췄다. 그러나 그 관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오로지 먹는 일에만 집중하는 그의 모습은 어쩐지 먹먹하게 다가온다.

‘청설모가 고양이 사료를 먹는다’는 단순한 사실에 ‘먹을 게 없어서’라는 이유가 덧붙여진다면 어떨까. 꽃피는 시기에 영하의 추위와 돌풍을 동반한 눈이 내리고 우박이 쏟아지는 기이한 봄에 마주한 이 작은 생명은, 어쩌면 기후 위기 속에서 신음하는 자연의 한 단면일지도 모른다.

윤성호 기자
윤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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