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구 문화부장

“박나래 자체가 위험하다.” 개그우먼 박나래가 자택 절도 피해를 본 가운데 나온 한 프로파일러의 경고가 섬뜩하다. 배상훈 프로파일러는 15일 YTN 라디오에서 긴급체포된 절도범에 대해 “셀럽을 주로 노리는 전문적인 꾼 같다”면서 “연예인 자택을 공개하는 프로그램이 범죄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모든 걸 다 보여주는 ‘관찰 예능’의 위험성이 현실로 다가온 셈이다.

박나래는 MBC 인기 예능 ‘나 혼자 산다’(나혼산)에서 그간 다양한 사생활을 보여주며 사랑받았다. 특히, 이태원동 새집으로 이사 가, 정원을 가꾸고, 손님을 초대하는 모습이 흥미를 끌었다. 시청자들은 연예인이 집을 어떻게 꾸미고, 무엇으로 시간을 보내며, 누굴 만나고 어떤 것을 먹는지 엿보는 재미에 푹 빠졌다. 덕분에 ‘나혼산’은 5∼7%대의 시청률을 유지하며 10년 넘게 장수하고 있다. 갈수록 지상파의 영향력이 사라지는데 ‘나혼산’에는 값비싼 패키지 광고가 붙는다. 방송국으로선 이보다 ‘효자’가 없다.

하지만 나쁜 마음을 먹은 사람들에겐 고양이 앞에 생선이나 다름없다. 평소엔 프라이버시를 따지는 연예인들이 관찰 예능에선 아낌없이 ‘속살’을 공개한다. 가만히 보고만 있어도 집이 어디에 있는지, 내부 구조는 어떤지 한눈에 알 수 있다. 여러 대의 카메라가 집안 구석구석에 설치돼 있어 가능한 일이다. 카메라 감독이 투명인간처럼 커튼 뒤에 숨어서 촬영하는 경우도 있다. 승용차 등에 추가로 부착하는 것까지 치면 1회 촬영에 돌아가는 카메라가 줄잡아 30대에 이른다. 그야말로 영화 ‘트루먼 쇼’다.

이런 촬영 방식은 종종 문제를 노출했다. 모델 한혜진은 2023년 SBS ‘미운 우리 새끼’에서 강원 홍천에 새로 지은 전원주택을 공개했다가 무단침입으로 골머리를 앓았다. 개그맨 장동민은 한 방송에서 강원 원주의 전원주택을 공개했는데, 집과 차량에 돌을 맞는 등 수차례 피해가 발생해 결국 울타리를 높여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찰 예능이 여전히 방송국의 간판 프로그램으로 명맥을 유지하는 건 크게 두 가지 이유에서다. 앞서 지적했듯이 첫째는 시청률이다. 관찰 예능에 대한 국민적 관심은 도무지 식을 줄을 모른다. 그러니 안 할 이유가 없다. 둘째는 광고 수익이다. 사실 이게 더 결정적이다. 관찰 예능은 방송국이나 출연자 모두에게 ‘윈윈’이다. 방송국은 높은 시청률에 따라 비싼 값에 더 많은 광고를 유치할 수 있고, 출연자는 화제성을 토대로 광고모델 계약을 하거나, 다른 작품에 캐스팅되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이처럼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그래서 쉽게 포기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면, 어떤 식으로든 위험을 막을 최소한의 대비책이라도 마련돼야 한다. 시청자부터 주의가 요구된다. 당장의 재미를 떠나 이런 사생활 노출이 초래할 수 있는 잠재적 위험성을 충분히 인지해야 한다. 일방적 댓글이 때론 깊은 상처를 남기듯, 예능 출연자에 대한 지나친 관심이나 비난은 자제돼야 한다. 보안 문제도 시급하다. 방송국은 사생활을 어디까지 공개할지에 대한 내부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철저히 지켜야 한다. 외부 보안컨설팅을 받는 것도 방법이다. 이대로 얕보고 등한시하다간 더 큰일이 벌어진다.

김인구 문화부장
김인구 문화부장
김인구 기자
김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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