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주국에 수출… 기술력 입증

 

한국 원자력연구원 컨소시엄

美 미주리대와 초기설계 계약

 

상업·연구용 두 분야 모두 인정

“연구로 시장, 한국 주도 가능성”

세계로 가는 ‘K-원자로’

세계로 가는 ‘K-원자로’

한국원자력연구원 컨소시엄이 16일 미국 미주리대와 차세대연구로 초기 설계 계약을 체결했다. 문 초이(왼쪽 세 번째) 미주리대 총장과 주한규(왼쪽 다섯 번째) 한국원자력연구원장 등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미국 미주리대 차세대 연구용 원자로(연구로) 설계 수출은 한국이 세계 최고 수준의 원자력 기술 역량을 보유했다는 점을 인정받았다는 면에서 의미가 크다. 원자력 종주국인 미국 연구기관이 한국 기술을 신뢰했다는 방증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아울러 향후 글로벌 시장에서 연구로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돼 한국 원자력 분야 경쟁력에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17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한국원자력연구원, 현대엔지니어링과 미국 엔지니어링 컨설팅 회사인 MPR로 구성된 컨소시엄이 미국 미주리대와 차세대 연구로 설계 수출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이번 사업은 미 미주리대가 20㎿th(시간당 메가와트 열)급 고성능 신규 연구로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연구로는 우라늄의 핵분열에서 발생하는 중성자를 이용해 의료용 방사성 동위원소 생산이나 중성자 연구에 쓰이는 원자로를 말한다.

과기정통부는 연구로 운영·활용과 해외 수출 경험이 있는 원자력연구원과 사업 운영 능력을 가진 현대엔지니어링,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 인허가 경험이 있는 MPR의 협력이 중요했다고 설명했다. 원자력연구원 컨소시엄은 지난해 7월 최종 협상 대상자로 선정됐고 16일 오전 11시(현지시간) 계약에 성공했다. 원자력연구원은 약 6개월간 건설 부지 조건, 환경영향평가 등 초기설계 사업을 수행한 뒤 추가협의를 거쳐 개념설계·기본설계 계약을 추진할 예정이다. 현재 1단계 사업 규모는 1000만 달러(약 142억 원) 수준으로 추산되며, 미주리대가 밝힌 차세대 연구로 사업의 전체 사업비 예상 규모는 10억 달러(1조4201억 원)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상업용뿐 아니라 연구용에서도 한국 원자력 기술이 세계적 수준이라는 인정을 받은 셈이라고 이번 수주 결과를 평가했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한국수력원자력의 체코 원전 수출은 산업 부문을 대표할 수 있고, 이번 연구로 수출은 연구·개발 부문을 대표할 수 있다”며 “산업 부문과 연구 부문이 골고루 우수한 실적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향후 연구로 시장을 한국이 주도할 가능성이 많다”고 덧붙였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이달 기준 전 세계에서 가동 중인 연구로는 총 227기로, 이 중 48기가 미국에 있다. 이번 사업을 발주한 미주리대가 현재 운영하는 연구로(MURR)는 미국 내 대학 연구로 중 가장 큰 출력(10㎿th)을 가진 중요 시설로 꼽힌다.

향후 글로벌 연구로 시장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 54개국에서 운용 중인 227기의 연구로 가운데 70% 이상이 40년 넘은 노후 연구로로, 향후 20년간 50기 정도의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구혁 기자
구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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