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16일 ‘트럼프 관세’가 미 경제에 인플레이션과 성장 둔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비판했다. 엔비디아의 인공지능용 칩인 H20의 대중 수출을 통제하는 등 미·중 관세전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나온 공개 경고다. 파월 의장은 “연준이 반세기 동안 경험하지 못한 상황에 직면했다”며 “예상보다 훨씬 높은 관세로 고용과 물가 안정의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위기감을 표시했다. 연준이 증시에 개입하는 ‘연준 풋’ 가능성까지 부인하면서 나스닥은 3.07% 급락했다.
미 관세전쟁은 중국의 반격보다 시장의 역풍에 더 휘청대고 있다. 이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 국채금리 급등으로 상호관세를 90일 유예한 바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미 증시 급락에 따른 민심 악화다. 미 고령 은퇴자들은 대개 노후 안정을 연금에 의존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연평균 수익률이 7.79%에 이르는 401K의 경우 주식 투자 비중이 47%, 주식 및 채권 혼합형 투자가 28%에 이른다. 관세 충격으로 나스닥지수가 최고치 대비 19% 넘게 급락하고 연금수익률이 곤두박질치자 공화당 지지층인 고령 은퇴자들이 등을 돌리고 있다. 또, 관세는 대표적인 소득 역진적 세금이다. 저소득층일수록 소득의 더 많은 부분을 관세로 내야 한다. 관세 쇼크로 필수 소비재 가격이 오르면서 서민들 불만도 치솟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은 2월 53%에서 3월 50%, 4월 47%로 내려앉았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다음 주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을 만나 본격적인 관세 협상에 들어가기로 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이 중국을 고립시키기 위해 70여 개국과 상호관세 협상에서 “관세를 낮추려면 중국과 거래를 끊으라”고 압박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우리는 지난해 중국 수출 비중이 19.5%, 미국 수출 비중이 18.7%로 어느 한쪽도 포기할 수 없는 입장이다. JP모건이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8%로 끌어내릴 만큼 경제 상황이 어려워지고 있다. 관세전쟁이 언제 변곡점에 접어들지 모른다. 시장의 역풍과 미 내부 반발을 지켜보면서 대미 협상에 신중을 기할 때다. 이제는 속도보다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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